올해 미국 대선의 분수령이 될 토론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직접 대면 없이 설전을 주고 받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스튜디오 안에서 만나 말의 대결을 펼친다. 양측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인지도 제고와 이미지 각인, 트럼프는 감정 조절 등이 과제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 토론회는 미국 동부시간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90분간 진행된다. 토론 방식은 사회자가 경제, 외교 등 각 정책 분야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양 후보가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후보 간 직접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선 토론회는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와 대결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정책 공약 이상으로 기세 및 주도권 싸움에서 앞서는 것이 관건이다. 영국 BBC는 "미국 대선 토론 승부는 정책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지난 6번의 미국 대선 동안 우수한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고 해서 토론회의 승리자가 된 경우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9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더 리키 스마일리 모닝쇼(The Rickey Smiley Morning Show)'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그(트럼프)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에 대비를 해야 한다"며 "또한 우리는 그가 많은 거짓말을 말할 것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본인을 위해 싸우려 하지, 미국인들을 위해 싸우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파고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본인의 검사 경력을 내세워 '검사 대 범죄자' 구도로 트럼프 압박에 나선 해리스는 성 추문 입막음 및 선거 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해리스가 바이든과는 달리 강공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측 역시 이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토론회를 앞두고 정책 공약보다는 "행동 연출법을 미세 조정하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의 거친 토론 스타일이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트럼프와 토론에서 맞붙는 것이 "플로이드 메이웨더나 무하마드 알리에 대비하려 하는 것과 같다"며 "그가 어떤 각도에서 당신을 공격해 들어올 지 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CNN이 지난 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시행된 최근 5번의 여론 조사 평균을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9%, 48%로 거의 박빙이다. 다만 가장 최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대학 공동 설문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를 1%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양측 지지율이 호각세인 상황에서 이번 토론회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 대선 결과는 해리스나 트럼프가 자신의 이미지를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지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