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10일(현지시간) 5일간 여정을 마무리하고 폐막됐다. 올해 IFA 2024에선 연초 CES에서 주목받은 AI 가전에 이어 유럽연합(EU)이 강조하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패스트 폴로어 전략을 앞세운 중국 4대 가전 기업 추격에 맞서 삼성전자·LG전자는 연결성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독일 가전 기업은 ‘메이드 인 저머니’와 프리미엄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세탁기 내부 요철을 없애는 기술 혁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삼성전자·LG전자뿐만 아니라 하이얼 등 중국 가전 기업도 AI를 활용한 TV·가전 경험 혁신을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올해가 AI가전 원년이 될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하며 스마트싱스를 활용한 고객경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고, 조주완 LG전자 대표도 마이크로소프트·퀄컴 등 빅테크와 협력해 AI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AI 홈 허브인 ‘씽큐 온’와 ‘Q9(가칭)’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개막에 앞서 1930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라디오를 주제로 IFA 개막연설을 한 것을 갤럭시AI를 활용해 화질향상(업스케일링)한 영상을 시연하며 ‘모두를 위한 AI’를 내세웠다.
이러한 삼성전자 AI가전의 핵심은 대화면 스크린이다. 모든 가전에 7인치 이상 대화면 스크린을 탑재해 AI허브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게 한 부회장의 구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시회장에서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상호 연결 서비스와 대형 TV, 생활가전, 모바일 기기 등을 시연했다.
LG전자는 가전 업계 최초로 생성 AI를 탑재한 AI 홈 허브 씽큐 온을 공개하고 씽큐 온을 중심으로 한 AI홈 전략을 강조했다.
오픈AI의 ‘챗GPT-4o’를 기반으로 LG전자가 가전에 맞게 독자적으로 파인튜닝(미세조정)한 AI 에이전트 ‘퓨론’을 탑재한 씽큐 온은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기존 대화 내용을 기억함으로써 이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세심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씽큐 온에 탑재된 퓨론은 기존 업가전(연결형)을 제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새로 TV와 가전을 구매하지 않아도 AI TV·가전과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이용자와 공감하면서 집 안에 있는 다양한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이동형 AI 홈 허브 Q9을 선보이기도 했다.
독일 가전 기업인 밀레, 지멘스, 보쉬 등은 모터 등 아날로그 기술력과 자국 내 생산 등을 강조하면서 제한적으로 가전에 AI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밀레는 그동안 세탁능력 향상을 위해 세탁기에서 필수라고 여겨진 내부 요철을 없앤 차세대 세탁기를 선보이며 업계 이목을 끌었다.
◆EU 에너지 최고 등급보다 우수한 고효율 가전 쏟아져
IFA 2024에 참가한 한국 기업과 독일 기업은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EU 흐름에 맞춰 고효율 가전을 선보였다. 이는 EU위원회가 가전 에너지 효율을 A부터 G까지 7단계로 구분하고 제품을 판매할 때 이를 반드시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연관이 크다.
먼저 LG전자는 기존 A등급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55% 더 뛰어난 신형 드럼 세탁기를 내세웠다. 신형 냉장고는 A등급보다 25%, 신형 식기세척기는 20% 더 효율이 우수했다. 특히 LG전자는 AI로 제품 사용 환경을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코어테크(핵심기술) 2.0’도 강조했다.
밀레는 IFA 2024를 통해 자사 신형 세탁기가 A등급보다 에너지 효율이 20% 더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세탁물이 적을 때 물과 세제 소모를 더 줄여주는 ‘스마트매틱’ 기능도 공개했다. 현재 독일 세탁기 시장은 밀레가 높은 가격에도 우수한 기능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앞세워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중저가 시장 판매량을 바탕으로 각각 비스포크·시그니처 신제품을 투입해 밀레 프리미엄 라인업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저가 공세 펼치던 중국 기업···이제는 기술력도 강조
올해 IFA 2024에서 개별 전시장 규모는 삼성전자가 1위였지만 국가별로 합치면 TCL·하이센스·하이얼·메이디 등 중국 4대 가전 기업의 전시장 규모가 더 컸다. 과거에는 저가 제품 공세만 했다면 올해 IFA에선 중저가 제품 공세와 함께 자체 기술력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을 위협했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 가전 기업은 TV·가전 등에서 다양한 제품을 시연하며 가전 잡화점을 방불케 했다. 그러면서 하이얼은 삼성 스마트싱스와 LG 씽큐를 벤치마킹한 AI 기반 연결 플랫폼 에이치온(hOn)을 선보였고, 하이센스는 외형이 Q9과 흡사한 AI 반려로봇 ‘할리’를 전시했다. 할리는 삼성전자 볼리나 Q9처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집 안 가전을 제어하는 기능은 아직 없었다.
특히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15인치, 110인치 미니LED(발광다이오드) TV를 시연하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 부재를 초대화면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는 신형 폴더블폰 매직 V3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 폴더블폰을 두고 “너무 무겁고 두껍다”고 노골적으로 저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매직 V3 두께는 9.2㎜로 12.1㎜인 ‘갤럭시Z 폴드6’보다 얇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TV·가전 굴기를 두고 조주완 대표는 ”(중국 기업이) 디자인 변화나 에너지 효율,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한국을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며 “중국 기업은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LG전자가 일본 기업 행보를 뒤따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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