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소차 경쟁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공존하는 춘추전국시대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전기차를 보안할 기술대안으로 수소차를 낙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소차에서 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현대자동차(넥쏘)와 토요타(미라이)를 필두로 BMW, 혼다 등이 경쟁에 가세했고, 최근엔 중국 정부도 수소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MW는 2023년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모델인 'iX5 하이드로젠' 프로토 타입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2028년 첫 수소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움직이는데,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고 연비가 좋은 점이 특징이다.
BMW는 독일 완성차 기업 중 유일하게 수소연료를 지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BMW는 수소연료전지 양산 기술을 갖춘 토요타와 협력해 양산하기로 합의했다. 토요타가 BMW에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주행 부품을 개발하는 식이다. BMW 관계자는 "수소차 개발을 위해 오랜 기간 토요타와 협력해왔다"면서 "양사가 함께 부품, 인프라 등을 공동 개발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장기적으로 수소차 시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내년 상반기 수소전기차 '넥쏘'의 2세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가 향후 전기차만큼 대중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1998년부터 관련 투자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지차 양산 모델인 '투싼 ix F-CELL'을 내놨고, 2018년에는 전용 모델인 '넥쏘', 이어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내놨다. 7년 만에 출시되는 신형 넥쏘는 기존 수소연료전지를 개선한 2.5세대 제품이 처음 탑재돼 기존 차량(609㎞)보다 주행거리가 30~4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도 최근 일본서 수소전기 SUV 'CR-V e:FCEV'를 공개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차량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처럼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모두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혼다와 GM이 공동개발한 이 차량은 수소탱크 2개를 가득 채우면 최대 600㎞, 배터리로는 60㎞가량 구동이 가능하다. 일본부터 순차적으로 판매를 시작해 연말에는 미국 시장에서도 CR-V e:FCEV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차이나 궐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국도 수소차를 전기차의 상호 보안적 성장 모델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수소에너지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그린수소를 연간 10만~20만톤 생산하고, 현재 1만2000여대인 수소연료전기차 보급을 5만대로 끌어올린다. 또 수소버스, 수소화물차 등 상용차를 집중 공략해 2035년까지 100만대 보급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증권 등에 따르면 수소경제시장은 매년 10% 이상 증가해 오는 2050년 2조 달러(약 26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된다. 수소생산, 수송, 저장 등 인프라 시장이 1조 달러, 수소 모빌리티 등 활용 시장이 1조 달러로 추정된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수소경제 가치사슬 전반으로 투자 및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후발 주자인 중국도 견제해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이라며 "정부는 자동차뿐 아니라 생산, 저장, 유통 등 수소 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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