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흡연 유목민 되겠어..."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후 휴식시간을 갖는 11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수송공원 인근에는 흡연자들로 북적였다. 공원 옆 도보 폭 2m가 남짓한 곳에서 직장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흡연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교육시설·공원 등 금연구역이 넓어지는 반면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어 도심 곳곳에 '너구리 굴'이 커지고 있다.
종로구청 인근 회사로 출근하는 30대 안모씨는 "흡연구역에 선을 그어 놓고 바로 앞에서 단속하는 어머님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원래 의정부터 공사지 근처에서 피다가 거기가 막혀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유치원·어린이집·초중고교 주변 금연 구역이 30m로 확대 및 신설됐다.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만큼은 간접흡연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취지다. 아동·청소년은 장기나 면역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간접흡연에 특히 취약하다. 질병관리청은 영아조기사망증후군, 중이염, 상기도염, 폐렴, 기관지염, 천식 증상의 악화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발달저하 역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피스가에서 흡연 구역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연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대기업 건물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자치구들은 재량에 따라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마련해 공원 등 공공장소에 금연 구역을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성동구는 서울시 최초로 공중화장실 46개소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공간이 협소한 공중화장실 특성상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서초구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어린이공원 경계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토록 했다. 어린이공원 내부는 원래 금연구역이지만 주변에서 흡연을 하면 연기가 그대로 들어온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초구가 지난 1월에서 2월까지 서초구민 등 234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 중 89.1%가 ‘어린이공원 주변 금연구역 지정’에 찬성했다.
흡연자들은 '간접흡연 방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한편, 흡연 구역이 점차 사라져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안씨는 "금연을 장려하고 간접흡연을 줄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흡연자는 마땅히 필 곳이 없다"며 "기존 금연 구역에서 100m 떨어진 곳은 또 흡연이 가능한데 그 기준을 모르겠다. 흡연 부스를 설치하던가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내친 김에 금연 캠페인 확대에 나섰다. 구는 여의도 증권가 일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이동 금연클리닉’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같은 회사 내 금연 희망자 5명 이상이 신청하면 전문 금연 상담사와 상담 및 금연 보조제 무료 제공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자치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 구역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금연QR안내판'을 도입해 모바일로 실외 금연·흡연구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현 위치 반경 200m 이내에 있는 실외 금연·흡연구역이 뜬다. 현재 흡연 다발지역 300곳에 붙어있다.
성동구는 흡연 민원 다발 지역에 스마트 흡연 부스를 설치했다. 담배 연기가 부스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설계 했으며, 공기정화 필터, 스마트 재떨이 등이 갖춰졌다. 현재 총 10개소가 있으며 하반기에 4개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광진구는 ‘금연구역 안내 바닥 표지석’ 154개를 새롭게 정비했다. 선명한 색감으로 금연 구역 및 과태료 부과 사실을 알리도록 사인블록으로 모두 교체했다. 블록 표면에 요철이 있어 폭우·폭설 시 미끄럼 사고도 방지한다. 강남구 역시 현장 지도를 비롯해 296개소 시설에 금연 안내문을 새롭게 부착하고, 현수막 설치 및 아파트 미디어보드 홍보영상을 송출해 홍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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