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재계 순위가 공개됐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룡 국유기업들이 상위권을 독식한 가운데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중 기술 전쟁 중심에 있는 화웨이를 필두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기업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일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망에 따르면 중국기업연합회와 중국기업가협회는 전날 ‘2024 중국 500강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이 두 기관은 2002년부터 중국 500대 기업 순위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중국 500대 기업 총매출액(2023년 기준)은 110조700억 위안(약 2경680조원)으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고, 순이익은 5.01% 늘어난 4조5100억 위안을 기록했다.
기업별 순위를 보면 국가전력망공사(스테이트 그리드)와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이 각각 1·2위에 올랐고, 지난해 2위였던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페트로차이나)은 3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공상·건설·농업·중국은행 등 국유은행이 10위권에 들었다.
국유기업을 제외하면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됐다. 중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징둥(JD)은 15위에서 12위로 3계단 올라섰고, 알리바바도 21위에 안착했다. 특히 지난해 500대 기업에 들지 못했던 테무 모회사 핀둬둬(PDD)는 116위에 올랐다. 테무가 ‘초저가’ 전략을 내세워 한국·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징둥은 앞서 발표된 ‘포천 세계 500대 기업’에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중국 경제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전기차 관련 업체들도 몸값을 증명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부상한 비야디(BYD)는 65위에서 39위로 30계단 가까이 올라섰고,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닝더스다이(CATL)도 85위에서 67위로 대폭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메이디(73위)와 하이얼(74위) 등 가전업체들도 선전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기업의 R&D 투자 규모다. 중국 500대 기업의 R&D 투자액(2023년 기준)은 1조8100억 위안(약 340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4.89%나 늘어난 수준으로 7년 연속 증가세다.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은 1.9%로 2002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미·중 기술 전쟁 중심에 있는 화웨이(기업 순위 32위)가 전체 투자 규모를 끌어올렸다. 화웨이의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무려 23.39%로 500대 기업 중 1위다.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쉰, 20.35%)와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17.97%)가 뒤를 이었다.
다만 지난달 발표된 포천 세계 500대 기업에 선정된 중국 기업은 128곳으로 미국(139곳)에 미치지 못했다. 내수 부진에다 서방과의 무역·기술 전쟁으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지난해 미국이 3년 만에 1위를 되찾은 데 이어 올해도 1위를 기록했다. 대신 중국 전기차·이커머스 기업들이 세계 500대 기업에 대거 선정돼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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