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에서 8%대 급등하면서 전날 국내 증시에서 장중 '52주 신저가'로 내몰렸던 삼성전자 주가를 함께 끌어올렸다. 반도체 대형주의 상승세에 힘입어 7거래일 연속 하락한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8.72포인트(2.34%) 오른 2572.09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4.13포인트(1.36%) 오른 2547.50에 출발해 오름폭을 확대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2755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은 166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231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장 초반 외국인 순매도 물량을 기관과 개인이 함께 소화하다, 오후 들어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전환하면서 지수를 견인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일 대비 나란히 2.16%, 7.38% 상승했다. 전날 외국인의 9000억원 순매도로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삼성전자가 반등했고, 월초 급락 후 15만원대에 머물렀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기대로 장중 17만원을 넘기도 했다.
두 반도체 대형주를 끌어올린 것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골드만삭스그룹 기술콘퍼런스에 참석해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며 TSMC 외 다른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황 CEO 발언 영향으로 낙폭 과대였던 대형 반도체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체를 통해 보도된 미국 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 AI 반도체 수출 허용 검토 소식도 반도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수출이 허용되면 그간 없었던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이 새로 열리고, 앞서 제기된 AI 고점론의 성장 한계 전망을 반박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와 지속 여부만 토론하고 있었는데, 자금력 강한 사우디가 AI 투자에 나선다면 이는 국가 규모의 투자 경쟁을 (통한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61포인트(3.05%) 오른 731.03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대형주 외에도 리노공업(5.64%) 등 소부장주와 제룡전기(4.70%) 같은 전력기기 업체 주가도 상승하며 AI 투자심리 회복세를 나타냈다. 중국 업체 CATL의 리튬 생산 감축 결정 소식 영향으로 전날에 이어 에코프로비엠(2.34%), 에코프로(3.35%) 등 이차전지 소재 업체가 상승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