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재편 계획으로 논란을 빚은 계열사간 합병가액 산정방식에 공정가격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서 중단한 공매도를 당초 예고대로 내년 3월 전면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기업 밸류업 간담회를 하면서 대기업에 (프로그램에) 참여를 부탁드렸고 이후 현대자동차나 LG그룹 계열사, 포스코 등에서 본 공시와 예고 공시를 하면서 참여했다"며 "다른 대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하며 우리 금융시스템 자체를 부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에쿼티파이낸싱(주식 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 중심으로 바꿔나가야겠다고 말씀드렸고 이는 제가 일하는 동안 계속 해야 될 과제"라면서 "당장의 현안으로 기업 밸류업 이슈가 있는데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부동산에 묶인 우리 개인 자산이 투자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일본 출장을 통해 밸류업 참여 기업에 방문한 경험에 대해 "공통적인 느낌은 일본은 기업들이 주주에 대한 배려, 주주에 대한 부분을 중시하고 그게 어떤 문화와 인식에서 이미 갖춰지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업종과 방법은 다 달랐지만 주주와 어떻게든 소통하며 자기들 기업 가치를 올리고자 하는 노력에 공통점이 있었고 한국 기업도 이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기업의 계열사간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주가'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현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특정 회사(두산)는 말씀 안 드리겠지만 그 케이스와 관련해 공정성 이슈가 제기됐고 제도적으로는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 현재 같이 기준 가격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배경을 언급했다.
이어 "비계열사 간 합병에는 기준 가격을 '공정 가격'으로 하면서 외부 평가를 받게 하는 제도가 이미 발표돼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계열사간 합병에도 같은 방식으로 (기준가격을 공정 가격으로) 적용하는 부분까지 포함해 국제적 기준, 시장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가 올해 3월 계열사는 놔두고 비계열사의 합병가액 기준가격을 주가로 정하지 않기로 했는데 불과 반년 만에 정책 판단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계열사간 합병에 기준 가격이 없으면 대주주가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비계열사 먼저 (제도 변경을) 시작하자고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 현안이 문제가 된 과정을 보며 기준 가격을 하나로 정한 것이 오히려 공정한 가액을 찾아가는 데 제약이 되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봐서도 근거가 약해 이런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전면 중단한 공매도 거래가 재개될지 의구심이 있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공매도는 내년 3월 말에 (부분 재개가 아닌) 전체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법을 바꾸고 시스템을 갖춰 해 나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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