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밀크티 시장까지 번진 중국의 과잉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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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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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중국의 밀크티 소비량은 무려 213억1000만잔에 달했다.

    사실 서구의 커피문화가 중국에 유입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전통적으로 차를 즐겨 마셨던 중국인들에게 밀크티가 기호에 맞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중국인의 밀크티 사랑, 아니 정확히는 이를 노린 기업들의 맹목적인 사업 확장이 환경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까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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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밀크티 소비 대국이다. 작년 중국의 밀크티 소비량은 무려 213억1000만잔에 달했다. 1초당 676잔씩 팔린 셈이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환경단체인 태평양환경·자원센터가 중국인들의 밀크티 사랑과 환경오염 간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집계한 수치다.

이달 초, 5년 만에 찾은 중국 칭다오에서도 중국인들의 밀크티 사랑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밀크티 전문점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 번화가에는 열 걸음마다 서너 곳씩 있었다. 그렇다고 장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밀크티 한 잔을 주문했는데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반면 맞은편에 있던 스타벅스는 주문 1분 만에 커피가 나왔다.

중국인들이 이처럼 밀크티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중국 온라인상에는 여러 설(說)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인들이 유전적으로 카페인 대사 능력이 낮아 카페인 함량이 적은 밀크티에 더 끌릴 수밖에 없다는 설이 있다. 실제 중국 내 스타벅스에서는 아메리카노보다 프라푸치노와 라떼 등 카페인 농도가 옅은 음료가 더 잘 팔린다. 중국인이 농업·제조업·요식업·운송업 등 육체적 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 종사 비율이 높아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 음료보다 진통제 역할을 해주는 달콤한 음료를 더 선호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호주에서는 화이트칼라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배출된 폐수의 카페인 함유량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사실 서구의 커피문화가 중국에 유입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전통적으로 차를 즐겨 마셨던 중국인들에게 밀크티가 기호에 맞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중국인의 밀크티 사랑, 아니 정확히는 이를 노린 기업들의 맹목적인 사업 확장이 환경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까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국 밀크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밀크티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로 인한 출혈경쟁으로 새로 생겨나는 업체만큼 문을 닫는 곳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자구책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서방이 지적하는 전기차, 태양광 등 분야에서의 중국 과잉 생산 문제가 중국 내 밀크티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잉 생산에 기반한 중국 수출 시장은 저가 밀어내기로 '반짝 호조'를 누리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다.

공자는 논어에서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고 가르친다.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근심거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중국 시장은 더 이상 공자의 가르침에서 영감을 얻지 못하는 듯 보인다. 

 
이지원 기자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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