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난 속에서 '중추절(추석) 특수'가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 국내 여행객이 다소 늘어나긴 했으나, 항공·영화 등 연휴 주요 소비 지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하반기 최대 성수기를 맞이한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암울한 가운데 중국 경제가 좀처럼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18일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올해 중추절 연휴(15~17일) 기간 중 중국 국내 여행객은 1억700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6.3% 늘었다. 이 기간 여행 소비는 2019년 중추절 연휴보다 8% 증가한 510억4700만 위안(약 9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여행객 한 사람당 약 8.92위안(약 1700원) 더 소비한 것이다.
특히 연일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국 신화 '서유기' 기반 중국 게임 ‘검은신화:오공’(이하 오공)이 여행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오공의 배경인 산시성에 방문하는 여행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취날에 따르면 산시성 다퉁, 신저우, 숴저우 여행 예약 건수는 단오절 연휴(6월 8~10일) 대비 각각 14%, 20%, 40% 늘었다. 산시성 이외 지역의 문화유적 여행 수요도 덩달아 18% 급증했다.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망은 “올해 중추절 연휴 여행 열기가 엄청나게 뜨거운 건 아니었지만 오공의 인기로 산시성 고대 건축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문화유적에도 관광 붐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하이·항저우 등 일부 핵심 여행지가 연휴 기간 중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항공 이용객은 506만9000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평균으로 보면 지난해 중추절 대비 21.7% 급감했다. 여행 수요가 국경절 연휴(10월 1~7일)로 분산된 것도 항공 이용객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9~10월 성수기를 맞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암울하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추절 연휴 기간 중국 대표 도시 25곳의 신축주택 일평균 매매면적은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9%, 2019년보다 55%나 줄었다. 연휴 기간 각지 영업점이 마케팅을 강화해 방문 고객은 늘었지만 실제 판매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분석했다.
새학기 시작과 더불어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가 몰려 있는 9~10월은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기로 중국에서 금구은십(金九银十·금 같은 9월, 은 같은 10월)로 불린다. 중추절 연휴를 기점으로 금구은십의 절정기가 시작됐지만,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화 업계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중국 국가전영(電影·영화)국에 따르면 중추절 연휴 기간 중국 박스오피스는 3억8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와 동일하게 3일 쉬었던 2019년 중추절 연휴 박스오피스(8억300만 위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지난 10년간 중추절 연휴 중 가장 많은 21편의 영화가 개봉, 상영관 135만6000곳으로 역대 가장 많았음에도 관객수가 저조했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국 경제가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의 완화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준율을 낮출 여지가 넓어졌다”며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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