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잦아진 북한의 도발은 추석 명절에도 이어졌다. 지난 14~15일 쓰레기 풍선을 띄운 북한은 18일 오전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오후엔 쓰레기 풍선을 연이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한동안 내부 수해 복구에 전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시 대남 도발로 시선을 옮긴 모양새다.
미사일 도발 엿새만에 또...北 "시험발사 성공적"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12일 이후 불과 엿새 만에 다시 이뤄졌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북한 미사일 총국이 전날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4.5t급 초대형 상용탄두(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은 중등사거리 320㎞의 목표 명중 정확도와 초대형 탄두 폭발 위력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됐다.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게 북한 측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발사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이러한 시험과 그를 통한 무장장비 성능의 부단한 제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국가안전 환경에 미치는 외부세력의 엄중한 위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했다.
또 "국가 안전환경을 위협하는 지역의 군사정치정세는 자위적 군사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의연 우리 국가의 제일 중대사로 돼야 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며 "핵 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상용무기(재래식 무기) 부문에서도 세계최강의 군사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달 들어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 최초 공개도…정부 "강력히 규탄"
앞서 북한은 13일 이례적으로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가 있지만, 이를 대외에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방문해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신형의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강력한 규탄의 뜻을 전했다. 통일부는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관련 정부 입장문'을 발표하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북한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눈에 띄게 잦아진 도발...전문가 "美 대선 앞둔 시점, 과시 목적"
두 달 가량 잠잠했던 북한이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데 대해 미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향후 대미 협상 테이블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9·9절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이후 도발 위협 수위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핵 능력 과시,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긴장고조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또 연이은 도발에는 다음 달 7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 개최…'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 마칠 듯
북한은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제32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소집한다는 결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알렸다.
통상 9월께 열리던 하반기 최고인민회의가 늦춰지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헌법 개정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한 내부적 결정이 지연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할 것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개헌 지시에 대한 검토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주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구체적으로 '연평·백령도 북쪽 국경선'을 언급한 만큼 신설 조항에는 상세한 지명이 명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한을 동족으로 여기는 개념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주문에 따라 '자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은 헌법에서 삭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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