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가계대출 금리를 소폭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하며 시장금리가 떨어진 탓이다.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한편 가계대출 폭증과 맞닿아 있는 부동산 시장이 향후 대출금리 향방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지난 20일 기준 3.850~5.633%를 형성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3.850~5.736%와 비교하면 상단이 0.103%포인트(p) 내린 것이다. 주담대 변동형 상품(신규 코픽스 기준)도 같은 기간 4.590~6.541%에서 4.500~6.471%로 떨어졌다. 하단과 상단이 각각 0.09%p, 0.07%p 하락했다.
주담대 금리가 내려간 건 시장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3.291%였지만, 이달 20일 3.187%로 0.104%p 내렸다. 또 주담대 변동형 금리 지표인 신규 코픽스 역시 3.42%에서 3.36%로 0.06%p 인하했다.
시장금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p 내리면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건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대출금리는 올해 하반기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올해 4분기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시장금리는 더 떨어지는 한편 대출금리도 같이 하락하게 된다. 가계대출 상승의 유인을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변수는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이 점점 더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면 한은의 피벗 시기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은 수요가 늘며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간 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총 10만852건으로 2022년 5월(11만9693건) 이후 최대다. 그중 아파트 거래량이 4만7777건으로 가장 많았다. 거래액 역시 43조6165억원으로 2021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지난달 말부터 은행권이 유주택자에 대해 가계대출을 제한하고, 이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8~9월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줄고 있다. 아직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 기한이 남았지만, 8월의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까지 4만1139건을 기록해 전월보다 약 6600건 줄었다. 9월 역시 1만18건에 그쳤다. 스트레스 DSR은 DSR 한도를 산정할 때 미래의 금리 위험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9월부터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7월이 비수기인데도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난 건 대출 규제가 없었고, 2단계 스트레스 DSR이 9월로 연기된 영향”이라며 “5대 은행이 모두 대출을 중단하며 ‘돈맥경화’ 상황이 됐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대출 규제가 이어진다면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