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접수가 시작됐지만 지역별로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분당과 일산 등은 주민 참여도가 높지만 평촌, 중동, 산본 등은 상대적으로 덜한 분위기다. 지역별로 상황이 달라 선도지구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도 차이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부동산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의 경우 주민동의율이 아닌 다른 배점에서 선도지구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모에 접수하는 대다수의 단지가 높은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산과 평촌, 중동 등은 주민동의율이 선도지구 선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촌·백마마을 1·2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동의율을 어디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엇갈린 데는 집값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가치가 이미 높게 평가되고 있는 곳이 주민 참여율과 단지 적극성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장 압력이 있는 곳의 움직임이 더 크고, 재건축을 했을 때 생기는 수익률이 선도지구 동의 움직임에 더 강하게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분당 신도시가 포함된 성남시 분당구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84.1로 1기 신도시 중 가장 높다. 평촌 신도시가 위치한 안양시 동안구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151.7, 부천시 원미구(중동)는 140.7, 고양시 일산동·서구(일산)는 각각 128.0, 126.0이다.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수내동 '양지1단지금호'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1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 13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으로 9개월 새 아파트 가격이 3억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에 비해 다른 1기 신도시 지역은 집값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일산동 '후곡마을 15단지' 전용면적 70㎡는 지난 7일 5억3700만원에 매매거래 됐는데, 같은 면적은 올해 1월에도 5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중동 은하마을(동부) 전용면적 134㎡ 1가구도 지난달 9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 역시 지난 1월 거래된 가격인 8억5000만원과 비교해 8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가격 상승 여력이 높은 분당의 경우는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동의율이 빨리 모이는 것이고 이외의 지역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들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기본계획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업성 검토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전체적인 신도시 기본계획을 살펴보고 그것을 기초로 한 사업성을 검토한 이후에 참여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잡음이 생길 여지도 크다. '무조건 된다, 무조건 좋다'라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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