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교전이 격화하며 전면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양측이 소모적인 공습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3개의 전쟁'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유엔총회에서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이하 현지시간)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헤즈볼라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을 향해 100발 이상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구조당국은 북부 경제·산업 도시 하이파 인근 건물이 파손되고 차량에 불이 났으며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하이파 인근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스라엘 대공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 개발에 참여했다. 이라크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했다. 이스라엘군은 21일 밤과 22일 아침 로켓 약 150발과 순항미사일, 드론이 날아왔고 주로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했는데 이를 대부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테러 조직에 속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은 지난 17일과 18일 연이어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크게 격화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특수전 부대 ‘라드완’ 지휘관인 이브라힘 아킬 등 주요 지휘관들을 살해했다. 베이루트 표적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는 45명에 이른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전했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 수석 대변인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레바논을 급습할 가능성을 묻자 “이스라엘 북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IDF는 레바논 전역에 뿌리 박혀 있는 테러 목표물들을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분명한 전투 의지를 나타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높아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3개의 전쟁'을 우려하고 있는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 사저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 고조를 우려한다며 “더 크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CNN에 “분쟁이 훨씬 더 강력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전 세계에 파괴적인 비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유럽연합(EU), 영국, 이집트 등 주요 국가들도 새로운 중동 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유엔은 24~30일 고위급 주간을 맞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를 연다.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는 중동 문제가 핵심 의제로 오를 전망인 가운데 해법이 도출될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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