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 삼정KPMG와 함께 가맹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카드사의 각종 비용을 종합해 3년마다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올해 3년 주기를 맞아 올해 말 재산정 결과를 발표하는데, 여신협회는 늦어도 오는 11월까지 분석 결과를 당국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카드수수료는 올해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수료율은 영세·중소 가맹점을 기준으로 0.5~1.5% 수준이며, 전체 가맹점 비중에서 96%를 차지한다. 2012년 관련 절차를 도입한 이래 네 차례 모두 인하했는데 이번 인하 결정에 따라서는 상단이 1%까지 떨어질 수 있다. 카드수수료 산정에 정통한 여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에도 카드수수료는 내려갈 것"이라면서 "2년 전 금융당국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할 당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수수료가 더 내려가는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카드수수료 재산정은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원가를 분석해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며 직전 3개년을 근거로 삼는다. 올해 기준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다. 카드사들의 고금리에 따른 부담 가중은 2022년 하반기 이후부터 본격화했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절반 정도만 반영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적금 등 수신을 운용하지 않는 카드사들은 대부분 채권에 자금 조달을 의지하는데 카드채는 통상 3~5년 주기로 발행돼 코로나19 충격 이전의 저금리 채권도 적지 않았다. 실제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현대·신한·삼성·비씨·KB국민·우리·하나)의 카드채 잔액은 이날 기준 84조1450억원을 기록했는데, 0~2%대 낮은 금리의 카드채는 27.1%(22조8050억원)를 차지했다. 최근 조달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하는 3%대 금리까지 보면 56.6%(47조6550억원)로 절반을 웃돈다. 카드수수료를 유지하거나 인상해야 한다는 논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민·상생금융 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위기를 고려할 땐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사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낸다. 이미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에서 적자만 면하자면서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으로 실적을 충당하고 있다. 사실상 고리대금업자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수년 전부터 카드론 등 단기대출 사업에 내몰리고 있다"며 "금금융위원회가 카드업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파업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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