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당초 목표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대형사들이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출이 거세짐에 따라 시장 및 공종 다각화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79억5673만달러(한화 약 24조142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19억3243만달러)과 비교해 18.1%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올해 해외건설 목표치인 400억 달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966년 첫 해외수주 이후 올해 누적 수주액 1조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건설 수주 감소는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수주 급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북미 지역 수주액은 26억2804만달러로, 전년 동기(73억4118만달러) 대비 64% 이상 급감했고, 아시아 지역 수주액도 같은 기간 42억9681만달러에서 28억3472만달러로 34% 줄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중 북미 및 아시아 지역 비중은 지난해 각각 33.5%, 19.6%에 달했으나 올해는 북미 14.6%, 아시아 15.8%로 하락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북미는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설비와 관련한 계약과 사업장이 많아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올해는 관련 사업 자체가 감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누적 수주액이 108억9742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61%에 달하는 중동 시장 불안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제 유가 하락 및 이란 위기 등 중동 정세 악화로 중동 내 플랜트 사업 발주 지연이 심화될 경우 4분기 중동 지역 사업 수주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중동 지역 플랜트 수주를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유가 영향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의 일부 대형 사업이 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수주만으로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향후 정세가 안정되고 유가가 움직이면 시설 개·보수나 석유화학시설 및 발전 시설의 발주가 쏟아지게 되므로 투자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지 및 후발 국가들의 중동 건설시장 진출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가격 경쟁력을 통한 단순 도급으로는 시장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중국이나 터키 및 중동 현지 업체들의 경우, 기술력은 축적하고 대신 가격 우위도 함께 유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단순 설계·조달·시공(EPC) 수주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며 “결국은 금융을 동원한 민관합작투자(PPP) 사업을 통해 초기부터 개발에 참여해 적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유럽 원전 시장 등 신규 시장에 대한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전 등의 대형 사업을 위주로도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전 사업의 경우 노하우가 충분하고 공기 내에 공사를 마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어 체코나 불가리아 등 동유럽권은 물론이고 스웨덴 및 핀란드 등 북유럽 시장에도 추가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