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대기업과 비교해도 '넘사벽' 품질...참치액 ODM 전문기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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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4-09-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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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국내 첫 액상 조미료 참치액 개발

  • 출시 당시 마트·아파트 알뜰장 누비며 주부들에게 홍보

  • 대기업도 참전한 참치액 시장..."원조인냥 홍보는 씁쓸"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인 한라참치액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참치액 맛을 고민할 때 한라식품에 맡기면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참치액 원조' 한라식품을 이끄는 이재한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라식품 창업주 2세인 이 대표는 1990년대 국내 최초로 훈연 참치(가쓰오부시)를 활용한 액상 조미료 '한라참치액'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한라식품 모태는 1972년 한라식품공업사다. 부친인 고(故) 이용상 창업주는 1968년 훈연 참치를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 판매한 인물이다. 창업주는 한식에 맞는 액상 조미료를 고민하며 여러 실험을 거쳤고, 이 대표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한라참치액이 탄생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시 '액상 조미료'라는 용어를 처음 선보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참치액은 주방에 숨겨진 '비법 소스'로 알려져 있다. 요리를 잘 못하는 이들도 참치액 몇 방울을 넣으면 맛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물 요리나 볶음,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라참치액과 주부천하쯔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처음은 곧 최초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어려움이라는 뜻도 내포한다. 가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액상 조미료가 낯선 소비자들에게 한라참치액을 알리기 위해 이 대표는 말 그대로 동서남북을 오갔다.

이 대표는 "한식 조미료가 간장, 고추장, 된장이 전부였을 당시 참치액을 내놓자 소비자 반응은 '이게 뭐야'였다"며 "참치액을 설명할 방법은 직접 맛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대형마트 시식, 아파트 단지에서 열리는 알뜰장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렸다"고 회상했다.
 
"조미료 대신 참치액 한 스푼 넣어보세요"

이 대표는 한라참치액 출시 이후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서 열리는 알뜰장을 집중 공략했다. 당시 참치액을 처음 본 주부들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참치액을 활용한 요리를 맛본 뒤에는 의심이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은 참치액에 관해 묻곤 했다"며 "그럴 때마다 '조미료 대신 참치액을 한 스푼 넣어보세요'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출시 당시 한라참치액은 900ml 기준 9500원.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강남 주부들 사이에 '요리 비법 소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라참치액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한라참치액이야말로 구술(입으로 말함)로 유명해진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한라식품은 이마트 일산점·창동점, 하나로마트 양재점·창동점 매대에 한라참치액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입점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낸 한라참치액 최고 매출 전표를 들고 창동점에 가면 입점을 받아줄 줄 알았으나 어림없었다"며 "매장 관계자가 900ml 참치액 하나로 100인분 요리가 나온다는 걸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인분을 만들면 입점시켜 주겠다는 말에 900ml 제품 하나로 50인분 우동과 50인분 소바를 만들어 입증하고 나서야 입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잡지를 통한 홍보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광고비는 부족하더라도 제품을 알리고 싶었다. 이에 유일한 방법은 우리 물건을 제공하는 식이었고 요리 전문 잡지를 매개로 애독자 선물 형식으로 한라참치액을 전달해 제품을 알렸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치액은 주방에 꼭 있어야 할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주요 식품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참치액 시장에 뛰어든 초기만 하더라도 고마웠다고 표현했다. 참치액 시장 규모가 커지면 참치액을 알게 되는 소비자가 늘고 오히려 한라식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들의 참치액 시장 진출은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대기업들이 참치액 원조인 양 제품 홍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은 마트마다 담당 직원들이 있어 매대를 관리한다. 한때는 참치액 매대에 우리 제품이 전부 전면 진열돼 있지 않고 제품 로고를 볼 수 없게 돌려져 있던 적도 있었다"며 "이날 이후 로고를 참치액 제품 전면뿐만 아니라 뒷면에도 새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캡션 수정 부탁드립니다 이재한 한라식품 대표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라식품 대표 제품인 주부천하쯔유, 한라참치액, 한라맛간장이 진열돼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참치액 시장 내 경쟁자들은 많아졌지만, 한라식품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치액 1억병 판매(900ml 기준)라는 기록도 보유 중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들 사이에 선두에 설 수 있던 비결로' 원재료 차이'를 꼽았다.

이 대표는 "훈연 참치를 제대로 사용해 참치액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건 한라식품뿐"이라며 "참치액을 만들 때 사용하는 훈연참치 외에 다시마와 무도 엄격하게 선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마는 완도산, 무는 꼭 단맛이 있는 가을 무를 써 모든 재료를 엄격히 관리한다"며 "다른 참치액 제조사도 우리를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할 만큼 훈연참치로 참치액을 만들 수 있는 건 우리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한라식품은 ODM 전문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원하는 참치액 맛을 내고 싶다면 우리에게 맡길 수밖에 없도록 하고 싶다"며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소비자들에게는 정직하게 만들어 품질을 높인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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