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전체 이자 경감액의 95% 이상이 일반 차주 대출에 집중되고 취약차주에게 돌아가는 이자 감소 분은 15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가 이미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한 탓으로 해석된다.
2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스몰 컷'에 나서면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연간 3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7%)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를 1회(0.25%포인트) 낮추고 내년 중 0.25%포인트씩 3회 더 인하해 2.50% 수준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가계부채 규모가 19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한은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도 한숨 돌리게 된다. 고금리에 짓눌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소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어려운 취약차주는 이자 부담 완화를 당장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시 일반 차주에게 돌아가는 이자 감소 분은 연간 2조86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취약차주들의 이자는 15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친다.
1인당 이자 경감액도 취약차주는 12만원으로 비취약차주(15만5000원)보다 29% 적다. 제도권 금융 대출 중 취약차주 비중이 미미하고 대출 한도도 현저히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이용)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의미한다.
소득수준별 이자 감소 규모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고소득자와 중소득자는 연간 1조9000억원과 8000억원씩 이자가 줄어들지만 저소득자는 3000억원 감소한다.
저소득 취약차주가 몰리는 저축은행 대출상품은 대부분 고정금리다. 급전이 필요할 때 빌리는 카드론 역시 만기 3~4년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한다. 실제로 금리가 조정돼 이자가 줄어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홍근 의원은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혜택이 취약차주에게는 상대적으로 적게 돌아가는 문제가 있다"며 "부의 양극화를 방지하고 취약차주도 이자 부담 완화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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