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중국산 전기차 무역마찰 속 우리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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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입력 2024-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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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이학노 동국대 명예교수(국제통상학)]


 
세계 통상마찰의 단골 메뉴는 바로 철강과 자동차이다. 그만큼 이 품목들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20세기까지 산업의 쌀로 불리던 철강은 21세기 들어 반도체에 이름을 양보하였다. 하지만 군수분야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기초소재로서 철강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랜 세월 주요국들은 강력한 산업정책을 동원하여 철강 산업을 육성·보호해 왔다. 가장 큰 경제블록으로 성장한 EU는 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부터 출발하였고 미국, 일본,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철강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일 청구권자금으로 포항제철소를 만들면서 중화학육성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달 초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에 의한 미국철강(US Steel) 인수를 불허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일본이 포스코의 주식을 팔아 US스틸 인수에 올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철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철강이 쌀이라면 자동차는 밥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철강 등으로 만든 2만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다. 그만큼 자동차는 다른 산업과 연관이 클 뿐 아니라 장갑차 등 군수산업으로 연결된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군용차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이 기업들이 오늘날 일본 자동차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2차 대전 때 전차엔진을 만들던 마이바흐(Maybach)는 벤츠에 인수되어 오늘날 명차로 불리고 있다. 미국이 1965년 캐나다와 체결한 자동차협정(Auto Pact)은 미캐자유무역협정(CUSTA)을 거쳐 멕시코까지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오늘날 USMCA)으로 확대되었다. 통상적으로 미국 대선은 철강과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지의 러스트 벨트에서 국내 산업 보호 공약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대통령 당선 후 철강과 자동차 산업 보호는 임기 내 마스터 플랜에 포함되어 추진된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에는 20억대 정도의 자동차가 운행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인구가 82억명이니 세계적으로 4명당 1대꼴로 자동차가 보급된 셈이다. 2023년 세계 자동차 생산(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은 9400만대 수준으로 주요 생산국은 중국(3000만대, 비중 32%), 미국(1100만대, 12%), 일본(900만대, 10%), 인도(600만대) 등의 순이다. 한국은 400만대 수준(5%)으로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차 발명국인 영국은 100만대 정도이고 럭셔리 차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90만대 수준이다. 세계 자동차의 주종은 휘발유와 경유차 등이고 전기차 보급 비중은 3%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의 판매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2024. 4월)”에서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는 1400만대(자동차 총 판매대수의 18%)에 이르고 금년도에는 1700만대 판매, 2030년에는 4000만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가 수요둔화(캐즘)로 판매가 주춤하고 있지만 환경 보호와 자율주행 등의 키워드가 지배할 미래에서는 내연차 대신 전기차가 자리 잡을 것은 명확해 보인다.
 
우리에게도 자동차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 산업의 기둥이고 최대 수출 품목이다. 향후 10년 뒤, 아니 그보다 더 먼 미래 세상에서 우리가 자동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EU는 지난 7월, 2035년부터는 내연차를 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국은 2032년 전기차 비율을 67%로 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내연차의 비중 축소와 전기차의 보급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은 최근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미국의 테슬라가 전기차의 강자라고 하지만 비야디(BYD), 지리-볼보, 상하이자동차(SAIC) 등이 있는 중국이 압도적 1위의 생산국이 된다. 기술도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의 자존심인 독일의 폭스바겐(VW)은 3위로 밀린다. 중국이 중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에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자 세계 각국은 몇 가지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첫째는,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의 완화이다. 미국과 EU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고 해리스 후보도 전기차 지지 입장에서 돌아서고 있다. 이탈리아 등 일부 EU 회원국은 EU의 내연차 금지 법안에 대한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는 자국 전기차 산업의 보호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였고 캐나다는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6.1%에서 100%로 올리기로 하였다. EU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서 최대 46.3%의 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10월에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폭스바겐이 독일 내 전기차 공장 문을 닫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독일 정부가 보조금 지급 방침을 긴급히 발표하였다.
 
전기차 캐즘과 중국의 전기차 해외 수출 확대에 대응하는 각국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대세를 막기 어렵다. 우선 보호무역 정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역사적 교훈을 들 수 있다. 미국의 NAFTA와 USMCA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대적 경쟁력은 제고되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EU 회원국들의 대오도 흐트러지고 있다. 100%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EU의 전기차 정책 완화에 반대하고 있고 스페인, 독일, 스웨덴 등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부과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둘째, 캐즘은 시황의 문제로서 리튬 및 배터리 가격 등 수급 조건이 바뀌면 극복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분명해진다. 당장의 캐즘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차 추진 속도를 줄이고 하이브리드생산을 늘리는 등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고언일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투자를 늦추는 것은 중국 등과의 미래 경쟁력 싸움에서 영원히 밀리는 것이다. 리튬인산철(LFP) 및 전고체(All solid-state) 배터리 양산 체제 구축 등 이차전지 투자를 지속하고 각종 부품의 에너지원을 전동화(Electrification)하는 노력 등을 멈춰서는 안 된다. 사람 손으로 하는 전통적 제조업(Manufacturing) 분야에서 14억명의 인력, 국가자본, 기술 습득이 빠른 중국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연구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지식을 총동원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들보다 더 인내하고 한발 앞선 지식결합 제조업(INTELLI-facturing)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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