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밤경제와 노점상이 소비 살리는 中 '마오쩌둥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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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4-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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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불황에도 불야성…창사 경제모델

  • 소비 60%는 夜경제…中 야간경제 모델 

  • 제2 차옌웨써 꿈꿔…노점상 뛰어든 청년들 

창사시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시 대표적인 번화가 '황싱루'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시 위런부두 길가에 즐비한 샤오룽샤 식당마다 만석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 강변의 위런부두 길가에 즐비한 샤오룽샤 노천 식당 테이블마다 만석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후난성 창사시 대표 야시장으로 불리는 쓰팡 야시장. 창사시 명물인 취두부(臭豆腐·썩은 두부) 튀김의 고약한 냄새와 기름에 튀긴 찹쌀떡처럼 생긴 탕유바바의 달콤한 향기, 다샹창(大香腸) 소시지의 매콤한 향이 뒤섞여 코를 찌른다. 가격은 달랑 10위안(약 1900원). 베이징 물가와 비교하면 싸도 너무 싸다.  창사 시내 곳곳에는 쓰팡 야시장처럼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야시장이 널려 있다. 

#.창사시내 먹거리 골목으로 불리는 타이핑제(太平街)나 황싱루(黃興路), 포쯔제(坡子街) 등 거리도 밤 늦은 시간까지 쇼핑몰에 입점한 가게들이 내뿜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창사 강변에 유럽풍 건물이 즐비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는 위런(漁人)부두엔 저녁이 되면 강변에 즐비한 샤오룽샤(小龍蝦·민물가재 요리) 식당 테이블마다 만석이고, 직원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이다. 북적이는 인파로 시내 중심가 도로는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교통체증이 심하다. 택시는 잡히지 않고 2~3㎞ 거리도 차라리 걸어다니는 게 빠를 정도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초 기자가 찾은 중국 대륙 중부에 위치한 후난 창사의 밤 풍경이다. 야간 경제와 노점상 경제는 오늘날 창사시 소비 경제의 양대 축이다. 중국 경기 불황 속에서도 창사시의 올해 1~7월 소비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전국 평균치(3.5%)보다 1%포인트(P) 이상 높다. 최근 소비 부진에 맞닥뜨린 중국 경제에 창사 모델이 중국 지방도시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소비 60%는 夜경제에서…中 야간경제 롤모델 


중국 아이미디어 컨설팅이 7월 발표한 '2023년 중국 야간경제 도시 개발지수 순위'에서 창사는 충칭, 상하이에 이은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치안, 매력도, 편리성, 소비력, 지명도 등 5개 지표를 통해 평가한 결과다. 창사는 벌써 수년째 야간경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창사시의 지난해 연간 총 소비액이 5562억 위안(약 105조원)인데, 이 중 창사 야간경제에서 창출된 소비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탄력적 고용을 포함해 약 100만명이 야간경제에 종사하고 있다. 야간경제는 창사 소비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동력'인 셈이다.

그동안 현지 지방정부도 창사시의 야간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창사시 정부가 ‘야간경제 발전 가속화에 대한 시행의견’, ‘국제소비중심도시 조성 시행 의견’ 등을 잇달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에는 현지 정부 주도로 후난성 최초로 '야간 경제 서비스 센터'도 설립됐다. 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운영되는 이 센터는 창사시 관광객이나 주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사 야간경제 모델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혁신대책 보고서에도 언급됐을 정도로 중국 국가 야간 경제 롤모델로 떠올랐다. 얼마 전엔 내수 부진 속에서 서비스 소비를 새 성장점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국무원이 야간경제, 지역특색 먹거리 브랜드 발전 등을 강조했는데, 이는 모두 창사 모델을 보고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레 되링 후난사범대 교수는 지난 3월 창사에서 열린 중국 도시 야간경제발전 정상회의에서 "야간경제는 도시의 신(新) 자원·신 생산·신 소비로, 도시의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 청년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창사 야간경제는 도시의 명함이자, 국가 모델로 발전해 창사가 글로벌 야간경제 모델 도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제2의 차옌웨써 꿈꾸며…노점상  뛰어든 청년들  
늦은 밤 창사시 샹장 강변에 즐비한 노점상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사진배인선 기자
늦은 밤, 창사시 샹장 강변에 즐비한 노점상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사진=배인선 기자]

야간경제와 더불어 노점상 경제도 창사에서 활황을 띠고 있었다.

중국 후난성 창사 시내를 가로지르는 샹강 강변 산책로에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며 더위가 수그러들자 청년들이 하나 둘씩 좌판을 펴고 장사를 시작한다.

현장에서 직접 마블링 물감을 입힌 부채를 파는 사람, 마작이나 장기판을 깔아 놓고 승부를 제안하는 사람, 테이블과 의자 몇 개 놓고 미니 바를 만들어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 직접 만든 액세서리 기념품을 파는 사람, 기타 반주에 맞춰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사람까지 좁은 강변 산책길을 따라 가지각색의 노점상이 쭉 늘어서 있다.  

누군가는 창업 대박의 꿈을 갖고, 누군가는 퇴근 후 용돈벌이 혹은 취미 생활을 위해 노점상 경제에 뛰어든 것일 터다. 노점상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이곳엔 밤 12시 넘어서까지 왁자지껄한 목소리와 흥겨운 음악이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순히 노점상이나 구멍가게에서 그치는 게 아닌 전국적으로 유명한 소비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창사에는 유독 청년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 브랜드가 대거 탄생했다
창사의 명물 취두부 브랜드 헤이써징뎬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의 명물 '취두부' 브랜드 '헤이써징뎬'.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의 명물 취두부 브랜드 '헤이써징뎬(黑色經典)'이 대표적이다. 골목 노점상에서 시작해 현재 전국에 연 매장만 1800개 이상이다. ‘후난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헤이써징뎬의 비즈니스는 중국 CCTV 등 관영매체에도 보도됐다.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등극한 먹거리 브랜드도 많다. 밀크티 브랜드 '차옌웨써(茶颜悦色)', 간식 브랜드 '링스헌망(零食很忙)', 미식 문화복합 몰 ‘원허유(文和友)’가 대표적이다.

특히 시내를 거닐다보면 500m 거리마다 차옌웨써 간판이 눈에 띈다. 2013년 시작한 창사 밀크티 전문점인데, ‘중국풍’을 내세워 녹차, 홍차, 우롱차 등 전통차를 베이스로 휘핑크림이나 밀크폼을 얹어 판매한다. 창사에서만큼은 차옌웨써에 밀려 스타벅스도 맥을 못 출 정도다. 벤처캐피털 투자도 밀려오며 기업가치만 200억 위안(약 3조7900억원)에 달하는 창사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사의 명물 밀크티 브랜드 차옌웨써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의 명물, 밀크티 브랜드 '차옌웨써' [사진=배인선 기자]
 
경기 불황에도 ‘불야성’…창사 경제모델 학습
창사 노점상
창사의 노점상 문화를 잘 보여주는 미식문화 복합공간 '원허유' [사진=배인선 기자]

원허유는 창사의 노점상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미식 문화 복합공간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창사 시내 10㎡짜리 비좁은 가게에서 튀김 장사로 시작해 현 기업가치만 100억 위안(약 1조8900억원)이 넘는 어엿한 유니콘이 됐다.

중국 고급 쇼핑몰 안에 자리 잡은 원허유에 들어서자 마치 중국 개혁개방 직후인 80년대 창사 옛 거리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된 가전, 가구 등을 모아 복고풍 인테리어로 장식한 7층 높이의 건물 공간에는 샤오룽샤, 취두부 등과 같은 창사 전통 길거리 음식을 파는 식당은 물론 옛 향수를 자아내는 술집, 다방, 이발소, 사진관, 문구점 등 100여 개 구멍가게나 노점상이 입점해 있다.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창사에 오면 반드시 들르는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창사시 쥐즈저우 공원에 세워진 청년시절 마오쩌둥  모습을 형상화한 거대한 흉상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시 쥐즈저우 공원에 세워진 청년시절 마오쩌둥 모습을 형상화한 거대한 두상. [사진=배인선 기자]

창사 하면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치적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오쩌둥을 비롯해 류샤오치(劉少奇), 펑더화이(彭德懷) 등 유수한 공산당 지도자를 배출한 혁명 도시가 창사다. 창사는 청년들의 자유분방함과 활기가 넘치는 ‘불야성’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중국 인구 감소세 속에서도 창사시 인구만큼은 매년 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10년간 창사시 인구 순유입만 약 300만명으로, 전국 각 도시 상위권을 차지한다며 특히 순유입 인구 중 80%가 청년이라고 전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중국의 모든 도시가 베이징처럼 영향력 있거나 인재 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과 같은 대도시는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등 하이테크 기술 혁명을 선도할 수 있지만, 창사 같은 도시들은 저마다 특색을 살려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도시에게는 소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노점상 경제가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양호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창사시 월간 소비 동향 사진아주경제DB
중국 창사시 월간 소비 동향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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