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6일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를 진행한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1년 전(344조1000억원)보다 6조4000억원 감소한 337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상 국세수입(344조1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 부족한 것이다.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에 따라 법인세가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크다. 법인세는 117조4000억원으로 예산(125조8000억원) 대비 18.6%(14조5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도 예산(125조8000억원) 대비 6.6%(8조4000억원) 쪼그라든 117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이 하락했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시장 부진 등으로 국세 수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2022년 84조원에서 지난해 46조9000억원으로 하락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4년 연속 수 십조원 규모의 세수 오차를 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2022년은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 세수'가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이와 반대로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도 세수 펑크가 이어지면서 2년 연속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히게 됐다.
세수 펑크로 발생한 세수 부족분은 추가경정예산(추경)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총동원한다. 기금 여유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용액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지방교부세 집행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안상열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기금의 경우 현재의 여건과 집행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방교부세도 행정안전부나 교육부, 국회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수추계 시 전문기관 참여…매년 9월 세수재추계 정례화
정부는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대부분의 세수 오차는 법인세와 자산시장 관련 과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법인세와 자산 과세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고 이를 예측하는 데 모든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국의 세수오차율은 커지고 있다. 2020~2023년 캐나다의 세수오차율은 10.3%, 영국은 9.6%, 미국은 7.8%, 일본은 7.3%, 독일은 5.7%에 달했다.
정부는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그간 정부는 세수 추계의 정합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를 설치하고, 향후 시장 변동을 예측한 민간의 기업실적 전망을 추계에 반영했다. 사후적으로도 추계오차 원인을 분석하고 법인세·양도세 등 추계모형을 재설계했다.
올해는 추가로 내년 세입예산 편성 시 시장 여건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시장자문단을 신설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술 자문 등을 감안해 법인세 추계모형을 보완하고 법인세수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중간예납 시 가결산 의무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세수 추계가 시작되는 거시지표 전망·모형설정 단계부터 세입예산안 편성까지 국회예산정책처, 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기관이 세수 추계 모든 단계에 참여하도록 절차를 개편한다. 정부의 추계모형과 주요 과세정보를 참여기관에 공개하고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또 매해 9월 당해연도 세수를 다시 한번 전망해 세수상황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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