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를 감안하면 그 시행의 당위성에는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 개인 소득의 성격과 납세자 부담 능력 등에 따라 적정하게 과세함으로써 조세 부담 형평을 도모하는 소득세법의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비상장 주식의 매매차익은 예전부터 양도소득세를 부담해 왔다. 상장 주식 등 매매차익은 그동안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과세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금투세 시행 여부에 관해 중요하게 고려할 지점은 그러한 정책 목적이 실현되었거나, 그 실현을 포기할 만큼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 여부다.
2024년 2월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금이 100조원을 넘었다. 그 원인으로는 해외 경쟁 시장 대비 낮은 수익률이 지목된다. 2010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미국 나스닥시장이 14.4%인 반면 우리는 3.3%에 그쳤다. 일본 주식시장은 2022년 말 이후 40%, 대만도 57% 상승했으나 우리는 같은 기간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일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서울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기관투자자 약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는 없었다.
대규모 자금의 투자자라면 부동산에 투자할 것인가,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그 와중에 금투세가 부과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매력이 없는 국내 주식시장은 더 매력이 줄어든다.
국내 주식이 부동산은 물론 해외 주식에 비해서도 투자 수익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회사들의 본질가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주가가 순자산(본질가치 요소의 하나)의 몇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해외와 비교하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한국거래소가 2023년 결산을 반영해 코스피200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을 산정한 결과는 1이었다. 반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대만, 인도 등 신흥국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수치가 높았다. 국내 기업들의 순자산이 증가하더라도 그 주가는 해외 시장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원인은 회사 자산이 늘어도 그 혜택이 소액주주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국내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합병,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두산밥캣 합병 등에서 소액주주 이익을 대주주가 어떻게 가져가는지, 그럼에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 법제의 현실을 모두가 보았기 때문이다.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액주주 약탈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한국 법은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 국내 투자자들이 몰려가는 이유는 투자 수익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소액주주 약탈이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더라도 철저히 처벌되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금투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국가들에서도 우리처럼 소액주주 약탈이 방치되는지를 봐야 한다.
금투세 즉시 시행을 주장하는 이들은 상법 개정 등 투자자 보호 조치와 연계한다면 금투세를 시행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4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소액주주가 약탈되는 상황은 계속 방치되고 있었다. 금투세 시행은 기존의 정책목적을 고려하면 상법 개정 등 소액주주 보호 조치와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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