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국내 연구개발특구가 2010년경부터 전국에 들어섰지만, 정작 입주 기업의 코스닥 상장 성적표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특구 내 기업 매출과 특허 출원 건수는 매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어 더 많은 기술이 금융 시장과 매칭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광진구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로부터 받은 '연구개발특구 실적 및 성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덕을 제외한 4곳의 대형 광역특구(광주, 대구, 부산, 전북)가 조성된 이후 신규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2022년 말 기준 12 곳에 그쳤다.
광주(1 곳), 대구(8 곳), 부산(0 곳), 전북(3 곳) 등으로, 광주와 대구는 2011년, 부산은 2012년, 전북 2015년 특구가 각각 지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여년간 매년 1.2곳의 기업만 상장에 성공한 셈이다.
또한 기업들의 총매출은 16조5830억원에서 35조 5090억원으로 2.1배, 임직원 수는 7만4260명에서 13만7025명으로 1.9배, 특허 건수는 1만5004건에서 5만5015건으로 3.7배가량 불어났다.
이정헌 의원은 "코스닥 상장 실적이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은 특구가 양적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역 현장에선 특구 내 기업들에 대한 정책 금융 지원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지방 곳곳에 위치한 특구 기업들이 성장에 필수적인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금융기관의 자본 투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의원실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지역 금융기관 특구펀드 출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약 50억원을 연구개발특구 펀드에 출자했는데 출자비율(총 조성 금액 대비)이 10%대에 그쳤다. 대구은행(0.8%, 10 억원)과 전북은행(5.3%, 10 억원)은 출자비율이 한 자릿수 수준이다.
이 의원은 "대덕단지 이후 연구개발특구가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유니콘 기업이 여기서 더 나와야 할 때"라며 "기술과 금융이 만나야 더 큰 기업이 나오고 자본 시장도 함께 성장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연구개발특구에서 더 많은 기업이 성장하고, 코스닥 상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금융 기관 투자 유도, 민간 자본 투자 매칭 등 범부처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때"라면서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과 네덜란드의 과감한 정책을 배우자"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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