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동훈 대표가 초청 대상에서 배제돼 당정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 대표가 거듭 독대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데 이어 원내 지도부만을 불러 결속을 다지기로 하면서 '한동훈 패싱' 논란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1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일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같은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상임위 간사단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할 예정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만찬을 진행한 이후 8일 만이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 지도부와 상임위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통상적 성격의 행사라는 것이 여당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당 지도부 만찬이 '빈손 성과'에 그친 상황에서 원외 인사인 한 대표를 초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불필요한 잡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 대표가 만찬 전후로 윤 대통령과의 독대 기회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번 당 지도부 만찬에서 정부 의료개혁안과 채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테이블에 15명씩 앉으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며 "깊은 대화가 오갈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중순 취임한 뒤 쟁점마다 윤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한 대표 측은 이번 패싱으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굳이 이 시끄러운 상황에 원내 지도부를 부른다면 자존심 싸움, 대표 따돌리기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원내 지도부를 만나는 것이 통상적이라면 당 대표를 따로 만나는 절차는 왜 안 지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지율 동반 하락에 빠진 당정이 표면적으로는 갈등설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지난 총선 정국부터 이어져 온 이상 기류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사 창간 기념식 행사 직전에 돌연 불참을 통보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도 불발됐다. 불참 사유는 한 대표가 의료계 핵심 관계자와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합류를 설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윤 대통령을 향한 불쾌감이 분출했다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금주 내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범야권이 곧바로 재표결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조속히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계파색이 약한 한 초선 의원은 "한 대표의 성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문제"라며 "당 지도부는 원래 100일이 승부처다. 여기서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누가 와도 여당 대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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