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북한의 2국가론에 빠진 무책임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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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입력 2024-10-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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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고 남북교류·협력 담당 부서를 정리하였으며 김일성·김정일의 통일유훈 시설인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라고 지시하였다. 한편 북한은 핵 무력을 강조하면서 한국 영토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핵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 내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지난 9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통일하지 말자.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이 발언은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헌법 3조 개정도 주장하였으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들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임종석의 발언에 대해 “북에 굴종”, “종북” “충북” 행위라는 거센 비난이 쇄도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도 “위험스러운 발상이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민주당 일각에서도 임 전 비서실장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었다. 탈북민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불만을 표출했다.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임수경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밀 입북시킨 장본인이다. 학창 시절 김일성 주체사상에 빠져 통일운동을 했던 그가 왜 갑자기 노선을 변경했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주장은 한마디로 반헌법적이며 역사 인식이 모자란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제기한 ‘적대적 2국가론’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모순투성이며 위험스럽고 문제점이 많다. 물론, 북한 주민들도 어리둥절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갑자기 ‘적대적 2국가’를 들고나온 배경을 살펴보자. 첫째, 코로나 19 이후 북한 경제난이 심각한 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류 문화에 대한 동경심이 확산하고 있으며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늘자, 북한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강화 차원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대결 구도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0년부터 MZ세대의 사상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3대 악법을 제정한 바 있다. 둘째, 김정은이 3대 세습체제에 만족하지 않고 영구히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를 보장하기 위한 술책이다. 셋째, 핵무기로 유사시 한국 국민을 향해 선제공격할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다. 넷째, 향후 미국과 협상 시 핵 군축을 요구하기 위한 포석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2국가론 주장이 왜 위험한 발상인지, 어떠한 문제점이 내포해 있는지를 지적해 보겠다.
 
첫째, 2국가론 주장은 대한민국의 뿌리인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헌법 3조에는 ‘북한이 우리 영토’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임 전 비서실장은 헌법 3조까지 바꾸려고 생각한다. 그의 주장은 결국 김정은 족벌체제와 독재정권 유지를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둘째, 향후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북한의 세습체제가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만일 우리가 통일과 북한 영토를 포기한다면, 북한 붕괴 시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점령할 것이다. 영원히 남북한 분단국가로 남아있게 된다. 셋째, 현재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아직도 많이 생존해 있다. 통일을 포기한다면, 누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해결해 줄 것인가? 넷째, 북한 김정은 정권이 거리낌 없이 우리 국민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다섯째,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무사를 해체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북한 간첩을 잡아내는 대공수사 능력과 방첩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개탄스럽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을 명분으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을 통해 “북한에 퍼주었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를 명분으로 한국과 미국에 손을 벌리면서 몰래 핵 개발을 지속해왔다. 지난 9월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에서 “힘이 난다”라고 발언한 사진 한 장을 공개하였다. 이 장면이 ‘햇볕정책은 실패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기만했다. 문 정부를 포함한 과거 진보정권의 대북정책 핵심인사들은 햇볕정책이 실패로 끝나자 이제 북한 김정은이 주장하는 적대적 2국가론에 동조하고 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일했던 문재인 정권은 북한에 굴종적인 태도를 보여 많은 비판을 받았다. 첫째, 2018년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문 정권은 트럼프 정부에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라고 중재하였다. 그러나 정작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 트럼프와 협상을 하기 위해 문 정부를 이용한 것뿐이었다. 문 정부가 김정은에 속은 것인지, 무지했던 것인지, 아니면 모른척했던 것인지 정말 아리송하다. 문 정부의 안보의식이 다시 한번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둘째, 2020년 북한 김여정이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에 불만을 표출하자, 문 정부와 민주당은 합세하여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으며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국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았다.
 
셋째, 2021년 북한 김여정은 문 정부에 유엔대북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무기 한반도투입 영구중단 등이 먼저 시행되면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미끼를 던졌으며, 문 정부도 이를 위해 종전선언 담론을 국제사회에 전개하였다. 어처구니없었다. 북한이 비핵화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핵 무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종전선언이 말이 되는가? 우리 스스로 몸을 꽁꽁 묶어서 김정은에 바치는 꼴이었다. 넷째, 북한이 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빌미로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해 버렸다. 문 정부는 한국이 재산권을 가진 건물인데도, 북한에 쓴소리 한마디도 못 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좌파 인사들의 2국가론 주장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남남갈등을 촉발하려는 선동이다. 이는 북한이 늘 한국에 써왔던 기만전술이다. 김정은 일가의 장기 세습체제, 독재정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안보 문제를 책임질 자격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북한의 장기 세습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분명히 통일 대한민국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고 K드라마, K팝 등 한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에는 많은 돈을 투입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외면하고 있기에 북한 주민들이 외부 자유 세계를 피부로 경험하게 된다면 김정은의 독재정권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했던 ‘8.15 통일 독트린’은 시기적절한 정책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남북한 통일을 거부하고 2국가론을 주장했다고 해서, 부화뇌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통일 대한민국을 촉진하기 위해 8.15 통일 독트린의 취지를 국민에 홍보하고, 국제사회에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북한 사회에 자유민주주의 물결이 유입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MZ세대를 대상으로 통일 당위성에 대한 교육·홍보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미래 통일 대한민국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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