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하는 서민을 대신해 정부가 은행에 돈을 대신 갚아준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서민의 채무 상환능력이 약해지자, 정부가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 확대에 나선 것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상당)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발생한 서민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은 1조55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정책금융상품 ‘햇살론15’의 대위변제액이 359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햇살론15는 최저신용자에게 연 15.9%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에게 최소한의 기준을 적용해 자금을 공급한다.
서금원이 돈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2020년 5.5%였던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21.3%까지 올랐다. 올해 8월 말에는 25.3%를 기록해 약 3년 8개월 만에 5배에 달하는 수준이 됐다. 이는 100만원을 대출했을 때 25만3000원을 서금원이 대신 갚았다는 의미다.
이미 햇살론 같은 정책서민금융상품 외에도 서민의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표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의 채무조정(신용회복) 신청 건수는 지난해 18만5000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셋째로 높은 수치다.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건수만 해도 약 7000건에 이른다.
이에 최근 정부는 정책서민금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햇살론15 등 이용자에겐 최대 1년의 상환유예 기간을 부여해 원금 상환 부담을 낮춘다. 또 햇살론뱅크 이용자의 경우 10년까지 분할 상환을 가능케 했다.
금융사가 서금원에 출연하는 ‘공통출연금’ 요율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높인다. 서민금융 보증 확대를 위해 재원을 늘리려는 취지다. 현재 가계대출 금액의 0.03%지만, 은행은 0.035%, 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저축은행은 0.45%로 올려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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