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대만 건국기념일인 '쌍십절(10월 10일)'을 앞두고 '조국론(祖國論)'을 언급하며 양안(兩岸·중국 본토와 대만) 갈등이 한층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5일 저녁 대만 쌍십절 기념 만찬 자리 축사에서 "나이로 따지면 중화인민공화국(중국 본토)은 결코 중화민국(대만) 인민의 조국이 될 수 없다"며 "누군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생일을 축하한다면 축하 메시지는 정확해야 하고 '조국'이라는 단어를 절대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만 총통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날 영상을 보면 라이 총통은 이날 만찬에서 5분 넘게 축사를 하는 동안 중국을 줄곧 '이웃(鄰居)'이라 호칭했다.
라이 총통의 이 같은 '조국론' 발언은 앞서 1일 중국 건국 75주년 국경절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중국은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창립을 국경절로 기념하는 반면, 대만은 1911년 10월 10일 신해혁명이 시작된 우창 봉기일을 쌍십절이라 하여 건국기념일로 친다.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무너지고 쑨원을 대총통으로 하는 중국 최초 공화국인 중화민국이 탄생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라이 총통의 조국론 발언은 사실상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즉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만이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합법적인 정부라는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국경절 기념 지도부 리셉션 축사에서도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로 "대만 독립·분열 활동에 단호히 반대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국내외 중화 자녀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라이 총통의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취임식에서도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대만이 각각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兩國論)' 입장을 밝혀 양안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라이 총통은 오는 10일 대만 쌍십절 공식 행사 연설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언급할 것으로 양안 학자들은 보고 있다.
라이 총통의 잇단 발언으로 양안 갈등 격화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로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국경절 연휴인 6일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함정 20대가 잇달아 출격했으며, 이 중 16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북부와 중부, 남서부 공역에 진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만해협에서 대대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오청커 상하이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지난주 '해방군보(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가 무력통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평론을 게재했다"며 이는 라이 총통에 쌍십절 연설에서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발언을 하지 말 것을 명확히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바오 부소장은 "라이 총통이 경고를 무시하고 대만 독립 문제를 놓고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어 양안 간 (악화된 관계를) 되돌릴 여지가 차츰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라이 총통에 대한 희망이 아예 없는 중국으로선 앞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평화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지도부의 정세에 대한 판단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한편 오는 10일 대만 쌍십절을 축하하기 위해 해외 사절단이 잇달아 대만에 도착하고 있다. 이 중에는 데비 레스코 하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의회단도 포함됐다. 대만 외교부는 미국 의회단이 쌍십절을 기념해 대만을 방문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는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 의회의 지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다시 한번 보여준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외교부는 이들은 샤오메이친 대만 현 부총통 접견과 린자룽 외교부장 초청 연회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하며 미국·대만 관계, 대만 해역 및 지역 안보 정세, 경제 에너지 정책 등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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