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4수'에 도전하는 한국이 이번에도 제외될 전망이다. 시장 접근성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께 지수 편입을 점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한국시간 9일 오전 5시께 정례 시장분류를 발표한다.
FTSE 러셀은 매년 3월과 9월 반기리뷰를 통해 주식과 채권 국가별 분류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은 WGBI 편입을 도전한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다. 한국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WGBI에 편입되면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WGBI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AUM)의 2조5000억달러 중 500억달러(약 70조원)가 한국 국채시장에 유입된다.
정부는 지수 편입을 위한 정량 요건을 충족한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량 요건은 국채발행잔액 500억달러 이상, 국가 신용등급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기준 A- 이상이다. 다만 정성조건인 시장 접근성은 레벨 0~2 가운데 '레벨 2'가 필요하다.
한국에 대한 시장 접근성 평가는 '레벨 1'이다. 비거주자 조세 부담,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등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제도를 개선해왔다. 중국도 시장 접근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정부의 개선 노력에 2020년 9월 WGBI 편입이 결정됐다.
정부는 2023년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를 시행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올해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의 국채통합계좌시스템을 시작했다. 7월부터는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기존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날 오전 2시로 연장했고, 외환시장 참여자도 국내 소재 금융기관에서 외국금융기관(RFI)으로 확대했다.
앞서 지난 5월 골드만삭스는 예탁원의 국채통합계좌시스템 개통으로 WGBI에 편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채통합계좌는 ICSD가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예탁원에 개설한 계좌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 별도의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국고채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시장 접근성 문제가 올 하반기 시작과 맞물려 해소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시장 접근성 상향과 WGBI 편입까지 동시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접근성이 우선 조정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2022년 11월 수정된 FTSE의 가장 최신 규정에 따르면 시장 접근성 레벨을 재분류하면 이후 최소 6개월을 두고 지수에 편입한다. 투자자들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발표에서 시장 접근성 레벨 상향 이후 2025년 3월 편입을 전망한다"며 "상향 조정된 이후 적어도 6개월 이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발표에서 지수 편입 여부보다는 시장 접근성 상향 조정이 이뤄지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접근성의 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제도의 변경이 아닌 글로벌 투자자들의 실제적인 경험"이라며 "바뀐 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면 9월에 시장 접근성이 상향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경우 편입 시기는 2025년 3월이 아니라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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