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회사로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연금 사업자별 수수료율이나 수익률에 따라 사업자를 옮기기 쉬워진 만큼 은행권은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연금 계좌 투자 상품 라인업을 보강하고, 상담 서비스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연금 상품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예금·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연금 계좌를 상품 그대로 타 금융사로 이동하려면 옮기려는 금융사에서 같은 종류의 상품을 취급해야 한다. 연금 계좌 상품이 많을수록 고객이 이동하기 편리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KB국민은행은 기존 830개였던 퇴직연금 예금 상품을 60개, ETF 상품은 33개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ETF 상품 131개에서 177개로 늘리고, 우리은행은 펀드·ETF 등 퇴직연금 상품을 50개 이상 추가할 방침이다.
투자 상품 추가와 함께 은퇴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퇴직연금 전문가와 비대면으로 상담할 수 있는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유튜브 채널, 세미나 현장 등 다양한 연금 상담 채널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전문 은퇴자산관리 상담을 기반으로 하는 '신한 연금라운지' 채널을 추가 오픈하며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연금다이렉트마케팅팀을 신설하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제도 시행이 다가오자 퇴직 연금 상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가수 안유진이 참여한 '퇴직연금, IRP는 하나은행'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으며,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배우 이정하와 가수 윤종신이 출연하는 광고를 공개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사로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연간 수익률은 7.11%로 은행(4.87%)과 보험(4.50%) 업종 수익률을 상회했다. 증권사 퇴직연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퇴직연금사업자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운용 금액 총합은 전년 동기 대비 18.82% 증가한 94조51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 증가율인 15.5%를 웃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은행의 몇 안 되는 주요 먹거리 중 하나"라며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노후까지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와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하게 가입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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