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카드는 늘어나는데 신규 유입 고객은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몰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수익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향후 실적 개선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휴면카드는 총 1488만장으로 집계됐다. 전년(1297만장) 대비 1년 새 191만장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순증한 신규 회원 수(164만명)보다 많은 규모다.
휴면카드란 지난 1년 동안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카드를 의마한다. 발급은 했으나 사용하지 않아 카드사에 별다른 수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BC카드는 전체 발급 카드 중 휴면카드가 38.1%를 차지해 카드사 중 휴면 카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하나카드(16.7%)와 롯데카드(15.1%)가 그 뒤를 이었다.
휴면카드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데는 자동해지 규정이 폐지된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고객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쓰지 않으면 카드는 자동 해지됐다. 하지만 소비자 불편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2020년 5월부터 관련 규정이 폐지됐고, 이용하지 않는 카드가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발급이 늘어난 점도 휴면카드 증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휴면카드가 늘어날수록 카드사들은 매몰비용이 골칫거리다. 카드사들은 카드를 발급하는 데 비용을 쓰고, 또 사후관리를 위해 비용을 지출한다. 하지만 발급한 카드가 실제로 쓰이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쓰고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카드사들은 전년 대비 14.3% 늘어난 3193억원을 카드 발급에 썼다.
중장기적인 수익성 저하도 문제다. 올해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성을 개선했다. 하지만 휴면카드가 늘어나는 건 장기적인 고객 이탈 우려를 키우는 데다 최근 신규 고객 유입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올해 2분기 기준 8개 카드사의 개인 신규 회원은 244만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명가량 감소했다. 월간 증가 폭도 1분기 평균 82만명에서 2분기 80만명, 3분기(7~8월) 7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해지 규정이 사라지면서 휴면카드는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발급까지 최소 수개월 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비용은 물론 향후 관리까지 고려할 땐 카드사가 느낄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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