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어두컴컴했던 해방촌 신흥시장에 볕이 닿기 시작했다. 해방촌 하늘을 가리던 석면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새 지붕 'CLOUD(클라우드)'를 설치하면서다. 건축가는 좁은 골목길 동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기둥을 최소화화고 1층부터 옥상 공간까지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남산 고도 제한선도 고려하다 보니 설계에만 2년, 시공하는 데 5년이나 걸렸다. 클라우드는 올해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건축상 수상작들은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아름다움도 동시에 잡았다. 지난 2일부터 열린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인 김호민 건축가는 "오래된 해방촌 시장을 재활성화하고 동네를 바꿔줬다는 면에서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올해 주제는 '집'이다. 집은 가장 안락한 공간이면서 사회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김 감독은 사람만이 집에 타인을 초대한다는 데 주목했다. 집이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되는 것처럼 시민들이 건축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가가길 바라서다. 그는 "건축물은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다"며 "건축은 사회와 함께 존재하고, 결국 시민들에게 항상 가까이 갈 수 있는 우리 환경의 일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문화제 주제인 '집(集): 사람은 집(集)을 위해 집(家)을 만든다'는 무슨 의미인가.
"시민과 소통하는 매개로서 집을 끌어들였다. 건축이 주는 무거움을 덜어내기 위해 집으로 출발했다. 이 전시장도 사실 집이다. 각 사무실의 일부를 떼와서 부스를 구성했다. 소장님이 직접 일하시는 테이블도 있고 정말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그대로 가져 오려고 했다. 지금 앉아 계신 곳은 집으로 치면 마당이다. 그래서 각 방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사회이자 사회의 집인 셈이다.
EBS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끔 출연했는데, 건축가가 디자인한 집만 가는 게 아니라 시골집도 많이 가고 정말 현실적인 문제들도 많이 논하게 됐다. 그러면서 건축은 참 어려운 단어인 반면 집 하면 사람들이 편해하는 것 같았다. 일단은 관심이 더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건축은 모르지만 집이면 '나도 좀 참견 해보자'라는 접근을 불러올 수 있다."
-클라우드는 지붕만으로 대상을 받아 파격적이다. 올해 수상작들을 소개해 달라.
"대상을 받은 클라우드는 건축물의 일부인 지붕만 바꿨는데 어떻게 대상을 받았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래된 시장을 재활성화하고 동네를 바꿔줬다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심사위원들께서는 건축물 하나로만 보는 게 아닌 그 주변과 관계, 건축물을 사회 일원으로 바라봤다.
건축은 균형의 예술이다. 건축은 예술성과 실용성 그리고 공학적인 과학성까지 겸비가 돼야 한다. 올해 수상작들을 보면 일단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그다음에 미래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에 필요한 건물들은 어떤 것일까 등 미래지향성이 있어야 한다. 최우수상을 받은 '강남웰에이징센터'는 원래 주차장 건물이었는데 주차장을 유지하면서 노인들 건강과 복지를 위한 실내 시설을 융합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오동숲속도서관은 동네 사람들의 편안한 거실이자 훌륭한 응접실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폐목재를 다루던 공원의 일부분이고, 항상 펜스가 있던 곳이었다. 건축물은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회와 함께 존재하는 거고 결국 시민들에게 항상 가까이 갈 수 있는 우리의 환경의 일부여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건축 문화 확산에 대해 유럽을 따라 가려 한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한강 르네상스를 보면서 비슷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약간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서울에 녹지가 부족하진 않지만 너무 산에 몰려 있다. 등산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주변에서 공원을 찾기가 어려운 도시라는 의미다. 그런데 한강은 굉장히 중요한 '폐'와 같은 곳이다. 이곳을 가꿔서 서울의 명소도 됐고, 이게 선형적으로 길다 보니까 굉장히 파급 효과가 크다. 점을 보지 말고 큰 선을 볼 필요가 있다.
건축이 예술품을 보는 관점과 다른 건 한강처럼 우리 환경의 일부라는 것이다. 다만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이 있다 보니 나와는 동떨어진,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어떤 세계처럼 느껴지는데 한강처럼 우리 환경의 일부다. 그런 면에서 주제를 집으로 끌어들인 거고 집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환경이다. 사람들하고 연결고리가 건축이라는 단어보다는 집이 좀 편하게 들리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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