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의 관찰대상국 지정을 피했다. 외국인 수급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하방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만큼 지정을 피하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공매도 전면 재개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TSE 러셀은 8일(현지시간) 하반기 정례 시장 분류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기존 선진시장 지위를 유지했다. FTSE 러셀은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선진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분류한다.
앞서 FTSE 러셀의 리뷰를 앞두고 한국 증시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관찰대상국 지정은 2009년 이후 한국 시장이 유지해온 선진시장 지위를 잃을 수 있는 경고다. 일정 기간을 두고 지적 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선진신흥시장으로 지위가 내려갈 수 있다.
관찰대상국 지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 건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FTSE 러셀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2020년 3월에도 공매도 금지 방침을 유지하면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에서 제외되면 FTSE 지수를 추종하는 유럽과 홍콩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유럽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248조4000억원이었다. 싱가포르와 중국 투자자는 75조9000억원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중국 투자자 보유 규모는 전체 외국인 중 40.5%를 차지한다. 미국 투자자 비중(40.2%)을 넘는다.
FTSE 러셀의 이번 분류에 따라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또다시 문제 삼았다.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진한 한국 증시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공매도가 전면 재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적 평가에서는 선진시장 수준을 갖췄지만 시장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뿐만 아니라 MSCI 선진지수 편입도 추진하고 있는데 MSCI는 한국의 공매도 재개 일정 불확실성을 시장 접근성 문제로 삼는다.
지난해 MSCI는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FTSE 러셀도 공매도 재개라는 목표가 신속하게 달성되지 않으면 한국 증시의 분류를 두고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한국 증시를 관찰대상국에 올리지 않은 것은 공매도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시장 분류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공매도 금지 조처가 한시적이고, 내년 3월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적극 피력해왔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공매도는 내년 3월 말 전체를 재개하는 걸 목표로 법도 바꾸고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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