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시작으로 한국도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앞두면서 시장금리 인하 속도가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환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저금리 시기가 도래해도 당분간 여신 건전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8일 기준 국고채 1년물 금리는 2.855%로 연초(3.441%) 대비 0.586%포인트(p) 낮아졌다. 9월 초 마지막으로 3.000%를 나타낸 뒤 2%대에 머물고 있다.
향후 시장금리는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금리를 낮췄고 오는 11일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0.25%p 내리는 방안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신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데 있다. 중소기업과 같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여기에 고물가·고환율 상황이 겹치면서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인해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여신 건전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월 말 대비 0.05%p 높아졌다. 전년 동기 말 대비해서도 0.08%p 늘었다. 지난해 말 0.38%였던 연체율은 올해 들어 매월 0.4~0.5%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대기업 연체율은 0.05%에 머물며 2년 전(0.14%)보다 더 낮아졌다.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0.27%에서 0.67%로 2배 이상 올랐다. 구체적으로 중소법인은 0.34%에서 0.71%, 개인사업자는 0.17%에서 0.61%로 높아졌다. 상환능력이 한계에 이른 취약차주가 많아졌다고 보는 이유다.
부실채권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7월 중 발생한 신규 연체 채권은 2조7000억원으로, 2년 전(9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급등했다. 한 달 새 빚을 갚지 못해 새로 연체하는 채권 규모는 4000억원 더 커졌다. 올해 들어 신규 연체 채권은 매달 2조원 넘게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건전성 개선을 위해 은행들은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은행이 정리한 연체 채권만 4조4000억원이다.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팔거나 회계상 손실 처리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정리한 연체 채권은 총 16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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