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M의 저주] 수율 부진에 파운드리 '만성 적자'… 모바일·메모리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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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4-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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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고객인 자사 AP 물량 소화도 버거워

  • MX사업도 '엑시노스' 배제… 원가부담 커져

  • HBM 선점 실패로 SK하이닉스 추격 기회 내줘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에 설치된 삼성전자 로고 조형물 근처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에 설치된 삼성전자 로고 조형물 근처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낮은 수율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실적을 지탱하던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도 경쟁사에 치이며 올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50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2017년 독자 사업부로 출범시킨 뒤 비메모리 분야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투자를 집중해왔다. 하지만 삼성 파운드리는 시스템LSI에서 설계한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등 수율 문제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파운드리에서만 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미국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도 2026년으로 연기했다. 반면 TSMC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핵심 고객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이 회장이 나서 분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운드리의 부진은 시스템LSI를 넘어 모바일경험(MX)사업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자사 AP인 '엑시노스' 생산 등 종합 반도체 회사의 강점을 활용해 성장할 계획이었지만 수율 문제가 지속되면서 삼성 스마트폰에서도 엑시노스 탑재를 지양하는 추세다. 

특히 2022년 출시된 갤럭시 S22 시리즈에 탑재된 '엑시노스 2200'에서 성능 저하와 발열 등 논란을 겪은 이른바 'GOS(게임최적화서비스) 사태'가 경쟁력 악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출시된 갤럭시 S23 시리즈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고 처음으로 퀄컴이 단독 공급하기도 했다.

엑시노스보다 단가가 2배가량 차이 날 것으로 추정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의존도가 높아진 MX사업부는 원가 부담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 S시리즈에 엑시노스가 사용되지 않았던 2023년 삼성전자의 MX·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은 112조4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지만 이 기간 AP 매입액은 9조3138억원에서 11조7320억원으로 26%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감소 추세다. 올 3분기에도 2조5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1조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MX사업부는 사실상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과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비싼 퀄컴 제품 대신 경쟁사이자 협력사인 미디어텍 AP 사용을 추진하며 원가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출시한 태블릿PC '갤럭시탭 S10' 시리즈에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300+를 채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제품에 미디어텍 제품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내년 내놓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도 미디어텍 제품을 채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상반기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데 이어 HBM3E 12단도 양산에 돌입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8단도 아직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상태다.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삼성전자는 전체 D램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기준 D램 시장점유율 격차는 1분기 12.8%포인트에서 2분기 8.4%포인트로 줄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를 겪은 반면 마이크론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7조9978억원, 영업이익 6조7559억원으로 추정된다. 추정치대로 6조원 중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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