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한글날이니까 영어 쓰지 말자!”(유주호·9)
주호네 가족은 9일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주호 아버지 유원재씨(47)는 "학업과 코로나19로 몇 년째 그냥 지나치다 한글날 광화문광장에 들른 건 오랜만”이라고 했다.
마침 광장에서는 서울시 주최 한글날 578돌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글, 마음을 잇다’라는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와 과정을 배우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세종대왕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이었다. 오전 11시 시작된 ‘한글 창제 원리 탐방’ 특별 강연을 듣기 위해 ‘해치스 기자단’ 등 어린이 기자단과 광장에 놀러 온 아이들 수십 명은 일찍부터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20여 분간 진행된 강연에서는 세종대왕 본명부터 한글 창제에 얽힌 역사적 내용 등이 상세히 다뤄졌다. 강연을 맡은 배하영 선생님이 “세종대왕은 누구를 위해 한글을 만드셨을까요”라고 묻는 말에는 구경하던 어른들까지 “백성”이라고 외쳤다.
강연의 하이라이트는 ‘도전! 한글벨’이었다.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한글날은 언제일까요?’라는 간단한 문제부터 ‘훈민정음 반포를 막았던 신하는 누구일까요’ 등 꽤 난도가 있는 질문이 이어졌다. 문제를 맞혀 1~3등을 한 아이들에게는 소정의 상품이 전달됐다.
한글날을 맞아 노란 저고리와 분홍색 한복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하가온양(8)은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엄마를 향해 “나 진짜 잘했지, 거의 3등이었어”라며 신이 나 있었다. 그러면서 “중간에 와서 (내용을) 반만 들어서 어려웠는데 퀴즈가 너무 재밌었다”며 “이제 체험 부스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온이가 향한 체험 부스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도장 찍기 여행 형식(스탬프 투어)을 적용해 재미를 더했다. 한글로 응원 메시지를 써보는 우리글 멋글씨, 훈민정음 서문 필사 체험 등 총 5가지 체험을 하고 리플렛에 참여 인증 도장을 모두 모은 참가자 400명에게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증정하는 방식이다.
이날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스템프 투어 리플렛이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점심시간인 정오에도 체험 부스 앞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가족, 연인과 간식을 사 먹으며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오후 1시께부터 접수 부스에는 ‘체험 프로그램 조기 마감, 경품 조기 소진’ 가능성을 알리는 안내가 걸리기도 했다. 한 시민은 “오전 10시 50분에 스탬프 투어를 시작했는데 다 채우는 데 3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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