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올 초부터 현재까지 총 77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반면, 매도 금액은 9억원에 불과했다. 매입 건수는 60건을 넘어서며 매도 건수의 10배에 달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SK하이닉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금액은 2억원에 그쳤고 매도 금액은 15억원으로, 7배 이상 많은 금액을 판 셈이다. 매입과 매도 건수는 각각 6건과 15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조적인 자사주 거래 양상은 두 회사의 실적 차이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으나, 3분기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로 어닝쇼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이에 삼성전자 임원들은 주가 부양과 책임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DS부문 고위 임원들은 6월 이후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행보를 보였다. 박용인 시스템 LSI 사업부장은 지난 4일 3000주를 매수했으며, 9월 말에도 전영현 부회장을 포함한 다수의 임원이 총 8억7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 외에도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 등 여러 임원이 자사주 매수에 동참했다.
내부 임원의 자사주 매도는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4일 문기일 부사장의 자사주 821주 전량 매도 공시보고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7일부터 18만원대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8만88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계속 하락해 오늘 장중 5만8000원대를 기록하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9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9만2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오는 4분기 실적을 두고도 지금과 같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견해도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가부양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HBM 공급이나 신기술 등 당장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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