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측이 결국 공개매수가 인상 승부수를 던졌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11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했다.
이날 고려아연에 따르면 오전 8시 이사회를 개최해 현재 주당 83만원인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했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인 320만9009주에서 약 17.5%인 362만3075주로 늘렸다.
고려아연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 정정신고를 공시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기존 약 2조6635억원에서 약 3조2245억원으로 커졌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이달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과 공개매수가가 같은 조건이라면 매수 기간, 세금 등을 감안했을 때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여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정밀 공개 매수가격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최 회장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영풍정밀 보통주 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이달 23일까지 최대 18%(고려아연 15.5%)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가 주가가 66만원 안팎으로 오르자 지난달 26일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지난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방침을 밝히자, 영풍·MBK 연합은 지난 4일 다시 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렸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대해 경고하며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자 고려아연 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14일 종료된다. 이는 최윤범 회장 측보다 최대 9일 빠르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일이 빠를수록 유리하지만, 주주들이 최 회장의 제시가가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판세가 역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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