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투자자들의 셈법은 여전히 복잡하다. 특히 세금을 고려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비슷한 가격에 차익을 낼 수 있게 돼 공개매수 종료가 더 빠른 곳과 가격이 더 높은 곳 중 어디를 선택해 보유 주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게 됐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신고서·설명서 정정공시를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공개매수 가격이 동일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가격과 수량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투자자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최 회장 측 조건은 영풍·MBK 연합을 앞선다. 영풍·MBK는 주당 83만원에 14.6%의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최 회장 측은 주당 89만원에 수량은 20%다. 사실상 유통 물량 대부분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오는 14일 종료된다. 공개매수 가격은 최 회장 측보다 낮지만 빨리 대금을 정산 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선 우선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한 뒤 나머지 물량을 오는 21일 종료되는 최 회장 측에 팔아도 된다.
세금도 다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에 자사주를 돌려주고 배당 받는 개념이어서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 된다. 해외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소득세가 적용되면 10∼22.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개인 주주들은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에 응하면 0.35%의 증권거래세와 거래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낸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조세 협약에 따라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국가별로 다르지만 해외 기관 상당 수가 법인을 두고 있는 미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양도세가 0%다.
공개매수 참여를 검토하는 해외 기관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 조건이라면 영풍·MBK 측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이번 가격 인상으로 세금까지 고려 시 양쪽의 공개매수가가 비슷하다는 계산이 서게 된다. 세금 부담이라는 저항을 없애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는 고액 자산가는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영풍·MBK 연합이 '매수가 추가 인상은 없다'고 선언한 것 역시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 인상과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유지로 더 이상의 가격 상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상 폭도 가장 작았다. 공개매수가는 이전 가격보다 7.2% 높지만 그동안 공개매수가가 오를 때마다 10% 넘게 상향돼 왔다. 실망감을 반영한 듯 11일 고려아연은 0.63%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경쟁 과열을 지적한 만큼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 같다"며 "공개매수가를 높이긴 했지만 기간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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