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정치권에선 과거 보수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소환됐다. 야당은 해당 사건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메시지를 이어갔고, 특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도자였던 것을 꼬집으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보수 정권에서 있었던 '문화예술 탄압'을 언급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을 다룬 소설인데,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며 "잘못된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부터 그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학평론가 출신 강유정 민주당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로 온갖 지원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며 "문화는 함부로 행정과 정치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는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별검사팀이 문체부를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내용이 공개되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당시 청와대가 보수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관리하기 위해 명단을 만들고, 이 명단을 전달받은 문체부가 특정 문화예술인들에게 정부 기금 지원을 차단하는 등 배제 조치를 한 사건이다.
한강 작가는 2018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저에게도 불이익이 있었겠지만, 저보다는 출발선상에 서 있는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에게 훨씬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이에 대한 입장을 냈다. 당시 한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세종도서 선정·보급 사업 심사에서 탈락했다.
또 한 작가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지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지 않은 일화도 재조명됐다. 지난 2017년 박영수 특검이 청와대 부속실과 교문수석실 관계자들에게 "박 대통령이 한씨에게 축전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MB계'로 알려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에서 '채식주의자'를 '성교육 폐기도서'에 포함한 사실도 거론됐다.
강민정 전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에서 받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학교 도서관에서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라는 이유로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2528권이 폐기 처리됐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민주당은 유 장관이 MB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점을 질타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의 문체부 장관이 과거 블랙리스트 주도자인 유인촌이라는 사실이 정말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며 "염치가 있다면 부끄러운 과거 책임자들의 사퇴 등 책임 있는 자세로 수상을 축하해 주는 건 어떤가"라고 직격했다.
한편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청이 과거 '성유해도서'로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것을 비판하며 임 교육감을 향해 "학생과 학부모, 학교에 사죄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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