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한 달째를 맞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직원 10%를 감축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1만7000명이 실직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켈리 오토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장 마감 직후 전체 인력의 10%인 약 1만7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보잉 직원은 모두 17만1000여명으로 이 중 14만7000여명이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토버그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 사업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과장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잉은 3분기(7∼9월) 주당 3.37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잉의 지난 2분기 주당 순손실은 2.90달러로, 3분기에 손실 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보잉은 지난 1월 발생한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맥스 여객기의 ‘비행 중 동체 파손’ 사고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항공 규제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졌고 보잉의 품질 관리 실패 사실이 드러났다. 규제당국은 품질 관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생산 속도를 늦추라고 지시했다. 항공기 인도가 더뎌진 보잉은 결국 현금 흐름이 악화돼 실적이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13일부터는 보잉 최대 노조가 16년 만에 대규모 파업에 나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전체 직원 중 15%가량에 해당하는 기계공 3만3000여명이 생산 현장을 비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737맥스, 777와이드바디 등 보잉의 베스트셀러 민항기의 생산이 중단됐다.
악화하는 국면 속에서 보잉은 노조에 4년간 임금 30%를 올리고 계약 보너스 6000달러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자랑하던 보잉의 주요 사업부인 방산·우주 부문은 지난 2년간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KC-46 공중급유기와 미국 대통령 전용기 후속기 등 주요 프로젝트가 막대한 비용으로 2022년 35억 달러(약 4조7300억원), 지난해 18억2000만 달러(약 2조4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9억1300만 달러(약 1조2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손실폭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CNN은 “최근 5년간 손실로 보잉의 부채가 급증했다”며 “주요 신용평가 기관에 따르면 역사상 처음으로 신용 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상태로 강등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파업으로 매달 약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발표는 737맥스 기종의 잇따른 사고로 켈리 CEO가 지난 7월 보잉의 새 수장으로 지명된 이후 가장 극단적인 조치라고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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