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을 마무리하고 완화 기조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 폭도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와 집값에 이미 반영돼 있고 대출 문턱도 높아졌기 때문에 집값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금리 인하가 추가적인 인하 신호로 받아들여지면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3일 아주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시장 향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반영돼 있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종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나 주택 등 부동산 자산 매입 시 자금 조달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된 바 있고,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이 더해지며 금리 인하 효과 발현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 인하는 집값 상승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대출 규제, 즉 개별 차주에게 필요한 만큼 대출이 나오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금리가 내리면 대출 규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정부의 금융정책 효과가 이제야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연내에는 기준금리와 비례한 대출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작다"며 "실제 대출금리 인하 폭과 속도에 따른 실질적인 대출 가능 금액 증가액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이 진정됐던 부동산 가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자들이 금리 인하를 계기로 다시 시장에 참여하면서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하락 압박이 커지고,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심리도 자극한다"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줄면 다시 주택 매수세가 몰리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기준금리 기조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진단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집값 상승 핵심 지역은 금리보다는 대출 가능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최근 부동산학 연구 논문에서도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금리 변수보다 대출 변수의 상관관계가 더 큰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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