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밸류업, 시장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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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4-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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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밸류업 지수에 대한 반응이다.

    금융당국이 일본을 벤치마킹해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끌어올릴 만한 밸류업 지수를 만들겠다고 공표하면서 관련 종목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 빠른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투자처를 옮겨 금융지주·보험·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저PBR주 사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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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연재 기자
사진=최연재 기자


“국가가 나서서 주가 조작을 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밸류업 지수에 대한 반응이다.
 
지난해까지 박스권에서만 움직이던 지수가 연초 이후 급등했다. 금융당국이 일본을 벤치마킹해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끌어올릴 만한 밸류업 지수를 만들겠다고 공표하면서 관련 종목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 빠른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투자처를 옮겨 금융지주·보험·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저PBR주 사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기업 공시, 배당금 확대 등 밸류업 선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예상 편입종목은 확실시됐다.
 
그러나 1년도 안돼 밸류업 관류주는 미끄러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등 대표적인 배당주는 지수 편입에서 제외됐다. 한국거래소는 이와 관련해 KB금융은 PBR, 하나금융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요건이 각각 50% 미만으로 자격 요건 미달이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하위 50%는 제외하고 상위 종목만 지수에 편입시켰다는 소리다.
 
올해 들어 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것도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지만, 거래소는 개의치 않는다. 밝힐 수 없지만, 모두 자체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한다.

반대로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오히려 편입 종목주에서 제외된 KB금융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밸류업 관련주는 발표 과정에서부터 주가 등락이 반복됐다. 결국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말처럼 국가의 말 한마디에 주가 등락이 있었다. 그 사이 외국인은 줄곧 이탈세를 보이고 있고, 개인은 미국장만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밸류업 지수는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코스피200 시가총액대로 줄 세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지수 홍보에 힘써왔다. 상장사, 금투업계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을 간담회에 초대해 밸류업 공시를 장려했다. 관련해서 정책 보완은 무엇이 있을지 경청하려 했고, 논의가 있어왔다. ‘밸류업’이라는 명칭도 시장에 각인을 줬다면서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업계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당국이 주도해서 코스피를 끌어 올렸지만, 힘을 받쳐주고 이끌 만한 제대로 된 근본적인 원동력은 찾지 못한 듯싶다.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례로 지난해 공매도 금지 이후 선물 시장에서는 백워데이션이 등 여러 현상이 일어났다. 또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 석유전 탐사 발표 후 이른바 '대왕고래' 관련주는 랠리를 펼쳤다. 
 
시장은 일관성 있게 말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알아서 굴러가게 내버려두라고. 금융당국으로서 금융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나서서 단속하는 게 맞지만, 미리 나서 시장에 영향을 줄 필요가 있을까. 당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생각도 '밸류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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