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거래일 만에 '5만 전자'를 탈출하며 반도체 대형주와 장비주 등 주가가 오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 랠리를 예고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완판'과 TSMC 실적 호조 소식으로 한국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결과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500원(2.53%) 오른 6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부진한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지난 10일 종가 5만8900원을 기록하며 1년 7개월 만에 5만원대로 내려앉았고 11일 400원 오른 5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3거래일 만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6만원 선을 회복했다.
앞서 삼성전자 '저점 매수'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한 주간 삼성전자를 1조500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5만 전자'를 이끈 외국인 투자자들의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아냈다.
증권가는 주가를 5만원대로 끌어내린 삼성전자 실적 쇼크가 오히려 반도체 업종 실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고 반등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쇼크도 주가는 선반영했고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역사적 저점권에 근접한 밸류에이션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업황과 실적 불안심리가 진정되는 것만으로 탄력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대만 TSMC가 탄탄한 산업계 AI 투자 수요를 입증하면서 AI 반도체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신 AI 칩 블랙웰의 1년치 물량을 완판했다고 밝혔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견고한 AI 수요를 바탕으로 TSMC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삼성전자 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AI 강세 지속이 엔비디아 블랙웰 AI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일반 D램 업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AI 반도체 2차 랠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웰과 AI가 건재하다면 HBM도 건재하고 그렇다면 HBM으로 생산능력 이동도 계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변동은 있을지언정 AI 피크아웃은 아직 멀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보다 HBM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들어가 엔비디아 수혜를 계속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4일 전 거래일 대비 1500원(0.81%) 오른 18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3일 이후 23거래일 연속 10조원 넘게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집중적으로 사들여 순매수 총합 1위를 기록했다.
앞서 제기된 AI 반도체용 HBM 초과 공급 우려도 완화하면서 반도체 대형주 외에 소부장 업체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HBM 납품이 지연됐기에 향후 HBM 가격에 대한 우려와 산업 성장성 우려가 진정될 것"이라며 "소부장 산업 입장에서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며 특히 HBM 장비사 매력도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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