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신임 주중대사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중국 내에선 향후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큰 모습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5일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김 전 비서실장을 지명한 것은 윤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바꾸고 개선하고 싶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김 내정자는 윤석열 정부 의사결정 그룹의 핵심 멤버일 뿐만 아니라, 그가 과거 경제 및 무역 분야에서 중국과 맺은 실용적인 교류는 전임자보다 더 나은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김 내정자가 오랫동안 경제 부처에서 근무하며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무역마찰 완화 등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의 경제 협력 정책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한국 여러 매체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경제를 이해하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김대기를 신임 주중대사로 지명했다"고 소개했다.
전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사는 국가 간 관계 발전의 교량"이라며 "우리는 한국과 소통을 유지하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촉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막혀 있던 양국 관계는 지난 5월 조태열 외교장관의 방중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물꼬를 트면서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타고 있다. 특히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는 시점에 김 내정자가 취임하게 되면 한·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이와 더불어 싱하이밍 전 중국 주한 대사도 지난 7월 이임한 이후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이 이번 신임 주중대사 교체를 계기로 석달째 공석인 주한 대사를 신속히 임명해 한·중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을 주중대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에 김 내정자 임명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요청한 상태다. 김 내정자가 임명되면 지난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취임한 정재호 대사는 귀임하게 된다. 정재호 대사는 그간 한·중 관계 경색 분위기 속 중국과의 교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김대기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22회로 관가에 입문해 경제기획원을 거쳐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재정운용실장, 통계청장 등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정책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초대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지냈다.
일각에선 글로벌 공급망 등을 놓고 갈수록 거세지는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내정자가 한국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병서 중국 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반도체나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게 오늘날 대중 적자를 초래한 주요 배경"이라며 "소재 공급망 안전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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