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14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도 3조3900억달러(약 4604조원)로 불어나며 시총 3조5000억달러(약 4754조원)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애플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최근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엔비디아가 애플을 누르고 시총 1위의 왕좌를 재탈환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3% 오른 138.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마감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지난 6월 18일 기록한 135.58달러의 종가를 넘어선 것이다.
이번 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엔비디아 경영진은 최근 모건스탠리 분석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블랙웰의 1년치 공급량이 완판됐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제품을 주문해도 1년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블랙웰은 현재 주력 제품인 ‘호퍼’ 시리즈의 H100과 H200을 잇는 차세대 AI 칩이다. 올해 4분기부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블랙웰은 지난 8월 초 패키징 결함으로 생산 지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수요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량 주문해 AI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출시 지연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황 CEO는 지난 2일 CNBC방송에 출연해 “블랙웰을 완전히 생산 중이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황 CEO의 이런 소식이 전해지며 엔비디아 주가는 10월 들어서만 거의 14% 올랐다. 특히 지난해 초 이후로는 9배 이상 급등했다.
투자은행 미즈호는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구축을 위해 지출하는 수십억 달러의 자금 중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AI 학습 및 추론 반도체 시장의 약 95%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지난 5분기 동안 매 분기마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엔비디아의 성장은 약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가들은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2% 늘어난 329억달러(약 44조7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월가 일부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 여전히 강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시장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식을 다루는 65명의 월가 분석가 중 93%가 ‘매수’ 또는 이에 준하는 평가를 부여하고 있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최고경영자(CEO)는 야후 파이낸스에 “AI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증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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