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정부가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고공 행진하던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 주가가 8월 내리막길을 걷다 박스권에 갇혔다. 지난달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장주인 KB금융이 제외된 것이 전체 금융주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4대 금융지주 시총은 98조1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26일 99조398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00조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달 2일엔 10조원 이상 증발해 89조403억원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 시총은 35조7107억원에서 31조9939억원으로 10.4%가량 줄었다. 신한·하나·우리금융도 각각 8.9%, 7.7%, 5% 줄어들었다.
실제로 시총이 가장 높았던 8월 말 이후 KB금융을 제외한 3개 금융사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전달 2일 6만1400원에서 이날 5만6400원으로, 하나금융은 6만8800원에서 6만5800원으로 각각 8.14%, 4.36%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1만6560원에서 1만6470원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KB금융은 8만8500원에서 9만5400원으로 7.8% 증가했다. KB금융은 9월 말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시총 2위인 신한금융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식 수가 적고, 외국인 매수 시 1등주 선호 현상 등이 겹쳐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국내 금융지주 시총 1위인 KB금융이 제외되면서 시장에 의구심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KB금융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미편입된 이유로 시장 평가 기준인 PBR 요건 미충족을 꼽고 있다. 금융 업종의 편입 종목 수가 10개 종목에 불과한 데다 이 중 최근 2년 평균 PBR이 금융 업종 상위 50% 이내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밸류업 지수는 수익성,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두루 충족하는 기업 중심으로 선정된다.
그러나 기준과 관련된 논란으로 시장에 의구심이 커지자 금융주 전반적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수 편입 종목 재배정 검토까지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내년 추가 인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 인하는 통상 금융사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이 4분기 중 밸류업 공시를 예고하고 있어 전반적인 금융주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측된다. KB금융은 3분기 호실적과 높은 주주환원 등 밸류업 기대감으로 14일엔 장중 9만85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인환 KB증권 선임연구원은 "9월 말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일부 금융주가 포함되지 않아 급락한 바 있었지만 이달 말 실적 발표와 함께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서 금융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수 정기 구성종목 변경(리밸런싱)을 하게 되면 신규 편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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