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11월 중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신규 이사 선임을 요구할 전망이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겐 백기사(우군)인 베인캐피탈을 설득해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베인캐피탈이 취득하는 지분을 늘려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MBK·영풍과 고려아연 가운데 누구도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7%대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 역할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IB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위해 11월 중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사회를 장악해야만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정관에는 사모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장치인 '이사 수 제한 규정'이 없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때문에 MBK·영풍이 추후 이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면 최소 12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이사들을 중도 해임하는 것은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한 만큼 선택지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에 MBK·영풍 측이 자사 인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무더기로 추천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려아연 사내 인사는 대부분 최 회장 측 인물이라 추천이 어렵고,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의 사외인사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관계로 추천이 불가능하다.
다만 최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가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추가 매수를 요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의 목표가 엑시트(지분매각)가 아닌 경영권 지키기에 있는 점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또 다른 안은 MBK·영풍 측의 신규 이사 선임에 맞서 최 회장 측 우군을 대거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방안이다. 다만, 이 방법을 택할 경우 아워홈 사례와 같은 불필요한 경영권 분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선 MBK·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국민연금이 쥐게 되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어 양측의 주총 표 대결에서 중요한 변수로 언급되고 있다. 어느 쪽의 안건이 주총에 올라오든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준 안건만 통과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직까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업들의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지자체 등에서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이익을 위해 기업을 해외로 매각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넘겨선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과 그 뒤에 있는 정부가 이번 사안에서 중립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경영진과 임직원 일동은 '비철금속 세계1위 고려아연'을 '친환경에너지 소재기업'이라는 더 큰 세계1위로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며 "이를 위해 (남은 공개매수 기간에) 국민 여러분과 주주,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의 지지와 현명한 의사결정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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