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17일(현지시간 16일 오후 4시) 게재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글로벌 리더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계에서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체·초유체 현상의 비밀을 풀어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체 물질 속에서 원자는 규칙적인 배열을 이뤄 움직일 수 없는 반면 전자들은 마치 기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전압을 걸어 전자에 흐름을 만들어 주면 전류가 발생한다.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고려해 전자들이 규칙적인 배열을 이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전자결정' 상태다.
고온초전도체는 영하 240도 이상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로, 일반적으로 절대온도(영하 273도)에 가까워질 때에야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다. 초유체는 극저온에서 점성이 사라지는 물질로 대표적인 예로 액체 헬륨이 있다. 두 현상 모두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일컬어졌다. 이에 수십 년간 물리학계 주요 화두가 됐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2021년 알칼리 금속을 도핑한 물질에서 액체의 성질을 가진 전자 상태를 발견해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핑 농도를 조절하는 등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한 결과 특정 도핑 농도에서 액체의 성질뿐만 아니라 고체의 성질도 동시에 가진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발견한 전자결정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방사광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 장치를 이용해 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정밀 측정했고, 미세한 전자결정 조각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독특한 불규칙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결정 조각 크기는 1~2나노미터 수준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보다 작다. 이러한 전자결정 조각 상태를 액체결정(액정)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연구는 액정 상태와 같은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한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라며 "관측된 불규칙성은 물질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의 특징과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선행 연구의 성과가 후속 연구를 통해 심화·발전돼 자연 현상의 근원에 더욱 근접한 연구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김근수 교수는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전자의 규칙적인 배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짧은 거리의 배열만 존재하는 제3의 전자결정 상태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전도체, 초유체의 미시적 원리를 밝혀내고 물리학계 오랜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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