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60)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대응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당시 이태원 일대에 다수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을 넘어서 '대규모 인파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나 그와 관련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청장은 핼러윈 축제에 앞서 서울청 내 부서장과 경찰서장 등에게 점검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전체적인 내용과 조치를 보면 합리적 수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지시에 불과했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청장이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에게서 전화 보고를 받아 사고를 인지한 직후 서울청 경비과장에게 가용 부대 급파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참사 발생 이후 그의 업무상 과실로 사건 사고가 확대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아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고로 김 전 청장은 정직 처분을 받아 지난 6월 의원면직(사직) 처리됐다.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 대해선 각각 금고 3년, 금고 2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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