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익사이팅 서울] 암살·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지 '백인제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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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4-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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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영국 런던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이 살았던 집에 '블루 플라크(Blue Plaque)'라는 파란 명패를 다는 전통이 있었는데 오늘날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로 여겨지게 됐다.

    전통적인 한옥과 근대적인 가옥의 양식을 간직한 백인제 가옥은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과거 배신당한 기억을 갖고 막내아들로 환생한 진도준이 할아버지인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에게 정체를 밝히며 복수에 한 단계 다가서는, 일명 '사이다'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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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집 막내 아들, '사이다 씬' 배경

  • 유리문, 긴 복도...전통 한옥과 근대 양식 섞여

  • 2015년 첫 개방...외국인 방문 꾸준히 늘어

[편집자주] 영국 런던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이 살았던 집에 '블루 플라크(Blue Plaque)'라는 파란 명패를 다는 전통이 있었는데 오늘날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로 여겨지게 됐다. 전통을 따라 영국의 문화적 정수를 느끼는 것이다. 서울시는 '소울스팟'이라는 이름으로 K-드라마, 영화 촬영지에 빨간 명패를 달았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문학까지 문화적 외연이 넓어졌다. 아주경제는 ‘소울스팟’을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와 인물의 자취를 따라 서울의 매력적인 관광 명소들을 소개한다.

 
소울스팟 사진백소희 기자
서울 종로구 가회동 백인제 가옥에 소울스팟 명패가 붙어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성지'인 경복궁과 인사동 사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헌법재판소를 지나 북촌으로 가는 길에 '백인제가옥'이 있다. 골목 안에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이 고택 앞에 빨간 명패가 붙어있었다. '소울스팟'과 '재벌집 막내아들'이라고 쓰여있다. 

16일 오후 평일임에도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백인제 가옥' 현판 아래 솟을대문을 지나기 위해 높은 계단을 올랐다. 전통적인 한옥과 근대적인 가옥의 양식을 간직한 백인제 가옥은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과거 배신당한 기억을 갖고 막내아들로 환생한 진도준이 할아버지인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에게 정체를 밝히며 복수에 한 단계 다가서는, 일명 '사이다'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백인제 가옥 사진백소희 기자
백인제 가옥 입구에 있는 대문간채. 조선 사대부가 전통한옥의 솟을대문 형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사진=백소희 기자]

높은 대문을 넘고 중문간채라 불리는 두 번째 문을 지나야 넓은 마당과 사랑채가 펼쳐진다. 유리로 된 한옥문, 일본식 긴 복도로 연결된 사랑채와 안채는 전통 한옥과는 낯선 모습이다. 개화기 시절 고관대작이 당대에 가장 좋은 것만 들여와서 지냈던 모습을 그리게 한다. 영화 암살에서는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친일파 쌍둥이 딸의 집으로 등장했다. 여러 한류 콘텐츠에 등장한 덕분인지 이날도 외국인 관광객 여럿이 백인제 가옥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중국인 관광객이 가옥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더니 이내 벽에 휴대폰을 세워놓고 영상을 찍기도 했다.

복도로 연결된 안채는 가족들의 생활 공간으로 담과 복도로 둘러싸여 따스한 볕의 침입만을 허락했다. 전통가옥과 달리 많은 유리창과 긴 복도 형식으로 햇볕이 그대로 들어온다는 게 특징이다. 스페인 단체 관광객 7~8명은 안채에 걸터앉아 여행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진도준과 진양철 회장의 대면 장면에서 많은 유리창을 통해 간접조명으로 깊이감 있는 음영을 만들었다. 순양그룹을 두고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맞서는 장면의 긴장감과 대결구도가 더 잘 드러났다.

 
백인제 가옥 사랑채 내부 사진백소희 기자
백인제 가옥 사랑채. 북촌에서 가장 높은 대지에 위치해 있다. 초대 소유자인 친일파 한상룡부터 백인제 박사까지 손님을 초청해 사회활동을 하는 공간이었다. 미국 석유왕 록펠러 2세가 연회를 즐긴 장소로 알려졌다. [사진=백소희 기자]



이곳은 1913년 이완용의 외조카이자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의 손에서 처음 탄생했다. 1907년 경성박람회 때 서울에 처음 소개된 압록강 흑송(黑松)을 사용해 지어졌다.

이후 3·1운동 참여자이며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에게 1944년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가 6·25 전쟁 중 납북된 후에는 그의 부인 최경진씨가 오랜 기간 가옥을 관리했다. 이후 서울시가 2009년 최씨로부터 가옥을 매입해 복원을 거쳐 2015년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2015년부터 이곳에서 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A씨는 "첫 개방에 비해 확실히 외국인 방문객이 늘었다"며 "코로나 이후 외국인이 급증한 걸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백인제 가옥 외국인 방문객은 약 5만명으로 전체 방문객 중 33%를 차지했다.

 
백인제 가옥 사랑채와 안채를 연결하는 복도 사진백소희 기자
백인제 가옥의 사랑채와 안채를 연결하는 복도. 사랑채와 안채를 따로 구분하고 있는 전통한옥들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다. [사진=백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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