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박성택 산업부 1차관과 함께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수소환원제철소 부지 등을 둘러보고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로 기존 방식과 달리 철강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표적인 철강사들이 협력하고 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이날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탈탄소 전환 선도, 탄소 무역장벽 극복 등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제철사업이 온실가스 배출사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달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예산 규모는 8000~9000억원 수준으로 기술 검증 설비 구축과 공장 건설 등에 쓰일 예정이다.
다음 달 과기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관련 예타 조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예타 대상으로 선정되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기술적인 검토 등을 거친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 예타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의 예타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철강업계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무역장벽을 강화함에 따라 EU 수출액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산업의 저탄소화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CBAM은 EU가 수입하는 물품 중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인증서 구매 방식으로 이른바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제도다.
다만 여전히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국은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경우 지원금 범위가 '저탄소 철강 기술'에 통합돼 있다. 정부는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예산액으로 약 2685억원을 편성했는데 이중 2416억원은 석탄을 사용하는 기존 철강 생산 설비 개선에 투입된다.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예산은 고작 269억원에 불과하다.
속도면에서도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이제서야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운 반면 경쟁국은 이르면 2026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활용한 철강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한국보다 철강 생산량이 절반 수준인 독일의 경우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석탄 기반 고로 6기를 저탄소 철강 생산 설비로 대체하기 위해 최대 10조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스웨덴도 1조원 이상의 나랏돈을 투입해 내년부터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일본 역시 제철수소활용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4499억엔을, 이중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만 절반 가까이 1677억엔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수 산업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석탄보다는 경제성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나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이웃국가 일본 못지않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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